이케아, 2014년 한국 진출 당시 고가 논란
공정위 조사 결과 OECD 국가 21개국 중 2번째 높아

이케아 "한국에 맞춘 가격"이라더니
수익성 악화하자 1000여개 제품 가격 인하

사진=이케아
사진=이케아
“한국에 맞춤화된 가격을 책정했다. 일부 상품은 다른 나라 매장보다 비쌀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10년 전 2014년. 경기도 광명에 1호점을 내면서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 이케아가 처음 마주한 것은 ‘형평성 논란’이었다. 저가 정책으로 몸집을 키운 세계 최대 가구회사 이케아가 정작 한국에서는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기 위해 디자인보다 가격을 먼저 책정한다는 회사의 기조와는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이케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들어 가격 인하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서다. 일시적인 프로모션도 아니다. 이케아가 인하하는 제품군만 1000여 개에 달한다. 코로나 이전 수준의 가격대로 돌아가겠다는 게 이케아의 계획이다.
'한국 맞춤형 가격 논란' 이케아, 왜 소비자가 내릴까
◆ 10년 전만 해도…“이케아 가구의 한국 가격은 OECD 국가 21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습니다.”

2015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한국소비자연맹은 ‘가정용 가구 가격 및 소비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공정위가 한국 진출과 동시에 고가 논란을 일으킨 이케아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지 4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였다.

당시 이케아는 광명점 오픈을 한 달 앞두고 공식 홈페이지를 열어 8500여 개 제품의 가격을 공개했다. 일부 제품의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최대 1.6배 비싸게 책정됐다. 대표적인 제품이 ‘TV 장식장’이었다. 베스토 부르스 TV 장식장이 44만9000원으로 결정됐는데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미국에서는 같은 제품이 249달러(약 27만원)에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3만9990엔), 중국(1999위안) 등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판매가가 더 비싸다.

문제가 제기되자 이케아 측은 “가격은 국가별로 책정되며 가정 방문과 시장 분석, 환율, 관세 등을 검토한다”며 “현재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바꾸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한국이 더 저렴한 제품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시장을 고려해서 가격을 정하지 않고 한국 시장에 맞춤화된 가격을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이케아의 입장이었다.

결국 공정위가 나섰다. OECD 회원국 21개국에 이케아 아시아 진출국 7국까지 포함해 총 28개 나라에서 49개 제품에 대한 가격 비교를 진행했다. 21개국 제품 가격의 평균을 ‘0’이라고 설정했다. 0보다 높은 수치면 평균보다 비싸고 0보다 낮다면 평균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1.1로 스웨덴(1.7)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1 이상의 점수를 기록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스웨덴이 유일했다. 반면 미국은 0.33, 일본은 0.44 등으로 집계됐고 독일(-0.41)과 폴란드(-1.29) 등은 1 이하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격이 21개국 가운데 가장 비싼 제품도 다수 있었다. ‘이케아 피에스 2014 수납테이블, 멀티컬러’, ‘햄네스 책장, 블랙브라운’ 등이다.
'한국 맞춤형 가격 논란' 이케아, 왜 소비자가 내릴까
◆ 결국 ‘실적 악화’가 원인그런데 최근 이케아가 달라졌다. 다수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케아코리아는 2024회계연도(2023년 9월~올해 8월) 기준 700만 유로(약 104억원)를 투자해 제품 가격을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300여 개 제품 가격을 인하했고 지난 4월에도 360여 개 가격을 낮췄다. 6월 20일에는 330여 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케아는 ‘더 낮은 새로운 가격’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가구 △수납 △주방가구 △어린이 제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1000여 개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다. 이들 전체 제품의 평균 인하율은 14% 수준이다.

이케아는 제품 가격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조정하려고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이 같은 정책을 진행 중이다.

이번 결정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의 실적이 악화되자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치다. 이케아 글로벌 사업 매출은 2023년(2022년 9월~2023년 8월) 290억6300만 유로를 기록하며 코로나 이전인 2020년(236억1300만 유로) 대비 늘었지만 수익은 같은 기간 17억3100만 유로에서 14억6100만 유로로 줄었다. 2022년 7억1000만 유로까지 감소하고 지난해 14억 유로 선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국가 중 하나다. 이케아코리아의 2023년(2022년 9월 1일~2023년 8월 31일) 매출은 6007억원으로 전년(6223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9억원에서 26억원으로 88% 감소했다. 이 기간 52억원의 당기순손실까지 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케아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가격 인하에 10억 유로(약 1조5000억원)를 사용했지만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후벤시오 마에스추 잉카그룹(이케아 모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말 “물량 변화가 크게 없었다”며 “우리는 내년부터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 이케아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원자재 부족과 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코로나 이후 가구 가격이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한샘, 현대리바트 등 가구업계는 원자재 가격과 국내외 인건비 상승, 물류비 인상 등으로 지난해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케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격 인하에 투자하고 가격 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잉카그룹은 올해 초 “2년 전에 가격을 인상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며 “합리적인 가격을 추구하는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 하락이 시작돼 가격 인하를 주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제품 가격을 20% 내릴 예정이며 독일에서도 제품군의 5분의 1에 달하는 2000개 제품의 가격이 평균 20% 인하됐다. 캐나다에서는 1500개 이상의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 5500만 유로를 투자했고 포르투갈, 일본, 스위스 등 여러 국가에서 가격 인하를 지속할 계획이다.

톨가 왼지 잉카그룹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지금은 이케아가 수익성보다 가격 유지에 투자해야 하는 순간”이라며 “많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졌지만 더 나은 집을 갖고자 하는 소망은 여전하다. 우리가 더 저렴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