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들과 함께 일궜는데…세 모녀, 기득권 가진 성골로 착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LG그룹 홍보 책임자였던 정상국 전 LG그룹 부사장이 1년 5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LG 오너일가 상속분쟁에 대해 "그동안 LG를 거쳐간 수많은 임직원의 피땀과 열정으로 이룬 '인화의 LG 브랜드'를 오너일가 돈싸움이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 전 부사장은 1978년 LG화학에 입사해 LG그룹 홍보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인물이다.

정 전 부사장은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LG그룹 주변이 어수선하다'는 내용의 글을 통해 "주요 계열사의 경영 실적과 시가 총액이 떨어져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너 가족 상속 분쟁 재판'이 1년도 넘게 이어지면서 말이 많기도 하고 탈도 많아서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정 전 부사장은 "LG그룹 각사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퇴직한 최고 경영자나 임원들 중에는 심지어 '가족 상속 분쟁' 때문에 부끄럽고 화가 치민다는 분들도 제법 계시다"고 전했다.

그는 "오너들이 LG를 창업한 것은 너무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일이지만, 오늘날의 LG그룹이 오너들의 힘만으로 이렇게나 컸을까"라며 "그동안 LG를 거쳐간 수많은 임직원들의 피땀과 열정으로 이룬 '인화의 LG 브랜드'를 가족들끼리 상속 재산을 놓고서 돈 싸움이나 벌이다가 이렇게까지 망가뜨려 부끄럽고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정 전 부사장은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과 두 자녀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 "가족들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LG 회장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양자인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회장이 되거나, 최대 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 쯤으로 여기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씨와 자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후 2018년 11월 상속이 마무리된지 4년이 지난 2023년 2월 "구본무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누자"며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정 전 부사장은 "하지만 윗대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 입장에서 보면 구광모 회장이나 두 자녀는 완전 '동격'"이라며 "누가 더 자격이 있고 없고 따질 필요도 없이 모두가 다 같은 항렬의 손자, 손녀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자경 명예회장으로서는 장남의 손녀냐, 차남의 손자냐 하는 판단과 선택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었고 그래서 '손자 구광모'를 고(故)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양하고, LG그룹의 후계자로 책봉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여전히 마치 본인들은 '기득권을 가진 성골'이고 구 회장은 '법통과 정통성이 약한 진골'쯤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너가 상속 분쟁에 대해 그동안 LG그룹을 거쳐간 원로 경영자들의 우려도 전했다. 장 전 부사장에 따르면 원로 경영진들은 "지금 LG 계열사들 경영 상황이 가족분들끼리 '상속 재산' 분쟁이나 벌이고, 경영권 다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해서 이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가족들이 제대로 경영 수업을 받은 적도 없는데 무슨 수로 경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LG가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LG그룹 말아먹을 일이 있나"라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사장은 구본무 선대회장 동생의 말도 대신 전했다. 정 부사장에 따르면 그는 "나도 명색이 구자경 회장 딸인데, 뭐 변변히 받은 재산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아무 불만도 제기하지 않았다. 장자 승계가 우리 집안을 지탱해 온 훌륭한 전통이기도 하고, LG를 생각해서도 분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올케와 조카들은 미리 받은 증여와 상속으로 이미 상당한 재산을 물려 받았다. 셋이 합친 LG 지분이 무려 8%나 된다던가. 1조가 훨씬 넘는 엄청난 돈이다. 게다가 5000억원 어치 재산도 따로 떼서 주고, 연경이는 LG복지재단 대표도 시켜 줬고 그 정도면 됐지, 무슨 지분이니 경영권이니 소송까지 하면서 과욕을 부리고"라며 "외신에 인터뷰까지 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나 솔직히 남부끄럽고 완전 집안 망신"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정 전 부사장은 "가족들도 LG와 LG 임직원들 그리고 돌아가신 구본무 선대회장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심사숙고해서 처신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