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 받은 카멀라 급부상
후보 등극 하루 만에 지지율 1위로

승리하면 최초의 여성·아시아계 대통령
현재 다른 예비 후보는 없어

[커버스토리: 해리스 vs 트럼프]
'D-100' 떠나는 바이든…최초의 여성 대통령 나올까[해리스vs트럼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압승하고도 사퇴를 결정한 초유의 사례로 남게 됐다.

민주당은 11월 대선이 불과 100일 남은 상태에서 다시 판을 짜야 한다. 가장 유력한 인물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 카멀라 해리스 급부상“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

지난 7월 21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사퇴를 발표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주당 경선에서 과반의 대의원을 확보했지만 지난 6월 TV토론에서 참패하며 ‘후보 교체론’이 불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완주를 포기하고 후임으로 해리스를 선택했다. 해리스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영광”이라며 “후보가 돼 승리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부통령 시절부터 ‘최초’ 타이틀을 다수 확보한 인물이다. 1964년생으로 올해 59세인 해리스는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하워드대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했다.

이후 미국 49대 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아프리카계·아시아계’ 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해리스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 타이틀은 ‘부통령’에서 ‘대통령’으로 바뀌게 된다.

해리스는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로 올라선 지 하루 만에 트럼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7월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1241명을 대상으로 전날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해리스는 44%를 기록했다. 트럼프(42%)를 오차범위(±3%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D-100' 떠나는 바이든…최초의 여성 대통령 나올까[해리스vs트럼프]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해리스를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클린턴 전 장관은 7월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정치계의 많은 여성이 그래왔듯 만성적으로 과소평가돼 왔지만 잘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 장점은 ‘포용성’, 단점은 ‘낮은 인기’해리스의 장점은 포용성이다. 인종 특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다양한 인종의 유권자를 확보할 수 있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흑인이자 아시아계로 분류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후 줄어든 흑인 표를 다수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통상적으로 민주당은 아프리카계 등 유색인종의 지지율이 높고 흑인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다.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 패배할 때도 이들 유권자에 대한 호소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다.

현지에서 해리스가 아시아인보다는 흑인이라는 인식이 우세한 만큼 그가 후보로 올라서면 오바마 시절 확보한 아프리카계 유권자들을 민주당으로 집결시킬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동시에 아시아계와 여성, 성소수자 표심도 얻는다. 2021년 해리스가 미국 부통령이 취임 직후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면서 방탄소년단(BTS)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잉한 것이 화제가 됐으며 낙태권 보호, 성소수자 인권 증진 등을 꾸준히 강조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2022년 상원에서 낙태권 보장에 대한 입법 시도가 무산되자 “슬프게도 여성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옹호하는 데 실패했다”며 “공화당은 스스로에 대한 결정을 내리려는 여성을 범죄자로 취급하려는 극단주의자”라고 힐난했다.

다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바이든 정부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주목도 높은 경제정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 인사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시간 로스경영대와 지난 5월 2~6일 1003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반대한다(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중은 58%로 나타났다. 바이드노믹스(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력’도 해리스의 약점이다. 트럼프와의 대결 과정에서 유색인종의 표를 모을 수는 있지만 해리스 자체의 인기는 낮다. 그의 정치경력이 10여 년밖에 되지 않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바이든 대통령이 50년 넘게 공직에 종사한 것과 비교하면 ‘정치 신인’인 셈이다.

실제 2021년 6명의 동양인 여성이 피살당한 애틀랜타 총격사건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현장을 방문해 “나는 아시아계”라며 “당장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발언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CNBC, 이코노미스트 등 현지 언론은 “해리스는 카리스마도 없고 인기도 없다” 등의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 독주냐 경쟁이냐그럼에도 해리스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이자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8월 1일부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온라인 투표에 나선다. 대선 예비 후보들은 7월 30일까지 대의원 300명 이상을 확보(1개 주 기준 50명 이하)해야 한다. 단일후보라면 대의원들은 화상으로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는 8월 7일까지 진행한다.

현재 해리스는 과반 이상의 대의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민주당 대의원은 4600여 명이며 그가 확보한 대의원은 2300명 이상으로 관측된다.

해리스는 7월 23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교외 지역인 웨스트 엘리스 유세에서 “후보로 선출되는 데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했다고 들었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의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해리스는 민주당 대의원 가운데 최소 2214명의 지지를 얻었다.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1976명, 단순 과반)를 불과 하루 만에 확보했다.

출마한 후보들이 대의원 조건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1968년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전당대회(오픈 컨벤션)가 열릴 수 있지만 해리스가 빠르게 지지층을 모으고 있어 가능성은 낮다.

현재까지는 민주당 내 대권 도전에 나설 또 다른 인물은 없다. 다만 추후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이자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메리앤 윌리엄슨이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역시 해리스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오바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발표 이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당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가 등장하는 과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는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시카고에서 개최된다. ◆ 해리스 러닝메이트는해리스의 러닝메이트로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마크 켈리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이 언급되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제25조에 따르면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가 다른 주 출신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캘리포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들은 후보군에서 제외된다.

현재 가장 선호도가 높은 인물은 51세인 셔피로 주지사다. NYT가 민주당 대의원 251명을 대상으로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16%가 셔피로 주지자를 선택했다.

셔피로 주지자는 펜실베이니아 주의원과 법무장관을 거친 뒤 2022년 선거에서 주지사가 됐다. 유대인 출신인 그가 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첫 유대계 부통령이 탄생한다.

60세인 켈리 상원의원에 대한 관심도 크다. 켈리 상원의원은 해군사관학교 출신이자 NASA 최초의 쌍둥이 우주비행사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 하원의원이던 아내가 애리조나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중태에 빠진 뒤다. 공식적인 입문은 2020년 보궐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다.

쿠퍼 주지사는 올해 67세로 현재 언급되는 러닝메이트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동시에 오랜 기간 쌓아온 정치 경력이 해리스의 짧은 경력을 상쇄시킬 장점이다. 쿠퍼 주지사는 1980년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특히 그가 부통령으로 올라설 경우 공화당 텃밭으로 꼽히는 노스캐롤라이나 판도를 흔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