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대선 공약,
바이드노믹스 그대로 이어갈 듯

낙태권 찬반, 최대 쟁점으로
민주당은 낙태권 허용 강조해와

'대중국 압박·보호무역주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통 정책

[커버스토리: 해리스vs트럼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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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했지만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그의 뒤를 이어 받으며 경제정책도 바이드노믹스(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를 이어갈 계획이다. 인기를 잃은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받아야 하는 점은 해리스에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유권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리스가 선거 과정에서 승패를 가를 러스트벨트의 백인 유권자를 위한 정책 등을 내놓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중산층 확대·친(親)노조트럼프 공약과 정반대 방향을 택한 바이든의 ‘임금·일자리’ 정책은 해리스 체제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24일(현지 시간) 해리스가 명확한 경제정책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으나 과거 행보를 기반으로 △저소득 근로자 △여성 △소상공인 △중산층 가족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2일 해리스는 “중산층을 늘리는 것이 내 대통령으로서의 결정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며 “중산층이 강할 때 미국은 강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시에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바이든의 친노조 정책도 이어갈 수 있다. 미 재무부는 노조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노동조합이 미국 중산층을 강화하고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노동조합과 중산층’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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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권 허용해리스 부통령은 꾸준히 낙태권 허용을 주장해왔다. 그는 7월 22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선대본부를 찾아 낙태권 보장, 중산층 강화 등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는 미국을 완전한 자유와 권리를 누리기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어한다”고 비판하며 여성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특히 낙태권 허용에 대한 태도는 해리스가 바이든보다 더 강경하다. 지난 3월 국정연설이 대표적인 일화다. 당시 바이든은 ‘낙태(abortion)’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재생산의 자유’ 혹은 ‘선택의 자유’ 등으로 대체했다. 당시 연설문에는 “텍사스주 법이 낙태를 금지했다”고 적혀 있었지만 바이든은 “텍사스주 법이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금지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다르다. 올해 초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한 낙태 수술 병원을 방문해 “우리는 여성을 신뢰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며 “개인의 신체 결정권에 있어 관련 공격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낙태 반대자들을 ‘극단주의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해리스의 태도는 바이든의 지지율에도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해리스 부통령이 낙태권 문제에 대해 선명한 태도를 보이며 바이든의 지지율이 다소 상승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 등 민주당에 유리한 이슈를 이끌며 흑인 유권자 등에 확실하게 다가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 정책 대부분 계승…바이든 2.0→해리스 1.0[해리스vs트럼프]
◆ 중국 압박중국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월 22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해리스가 바이든의 중국 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며 트럼프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중국 압박을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선딩리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높은 관세를 중국산에 부과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간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대중국 압박을 핵심 공약으로 언급해왔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골자다. 중국이 강제 기술 이전 등 불공정한 관행으로 전 세계 핵심 물품의 70~8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이유다. 바이든은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대비 4배 올려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보호무역주의무역 정책 역시 트럼프와 큰 차이가 없다. 트럼프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며 바이든 역시 이와 유사한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구매)’를 주장해왔다. 해리스가 당선된다고 해도 보호무역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이 자국의 산업과 경제를 보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역에 개입해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성과도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폭은 77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7% 감소했다. 특히 대(對)중국 무역 적자는 전년 대비 26.9% 줄어든 2794억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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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증세해리스는 바이든의 ‘부자 증세’ 정책도 이어간다. 기업들의 법인세를 높이고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대기업에는 최소 21%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국세청 세무조사를 강화한다. 기업의 주식환매에는 세금 1%를 적용한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의 내용이기도 하다.

고소득자도 증세 대상이다. 상위 0.01%에 해당하는 1억 달러 이상 초고소득자에 25%의 최저명목세율을 부과하고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가구의 자본소득 최고세율은 현행 37%에서 39.6%로 인상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모두 중산층 확대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 오바마케어 업그레이드의료 정책은 제2의 오바마케어로도 불리는 ‘메디케어’를 강화하는 쪽으로 발표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노년층과 신체 장애가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 의료보험이다. 이들의 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자기부담금 상한선은 1년 기준 2000달러(약 260만원)로 설정했다.

해리스는 최근 연설을 통해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를 삭감하려는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메디케어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리스는 메디케어 가입 연령을 낮추고 적용 대상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 ‘친환경’ 강화 친환경 정책도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보다도 더 강경하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시절인 2016년 송유관 파열로 캘리포니아 연안에 기름을 유출시킨 ‘플레인 올 아메리카 파이프라인(PAA)’을 기소하고, 미국 최대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대중 및 주주들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상원의원 시절 그린 뉴딜(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을 지지하기도 했으며 그가 부통령으로 있는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표했다. 청정 에너지 전환, 기후변화 대응 등에 향후 10년간 약 4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그 일환으로 환경보호청은 최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30개 주의 25개 프로젝트에 43억 달러(약 6조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해리스는 2022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9차 APEC 정상회의에 바이든 대통령 대신 참석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탈탄소 경제 전환을 강조하기도 했다. ◆ 난민 수용 확대난민 문제도 공화당과 부딪히는 쟁점 사안이다. 바이든이 가장 최근 발표한 이민 정책은 지난 6월 ‘영주권 취득 확대’다. 미국 시민과 결혼한 불법 체류자가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결혼 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 또는 이들의 자녀가 그 대상으로 약 50만 명이 이 기준에 부합한다.

이 정책은 ‘제2의 다카(DADA)’로 불리고 있다. 다카는 2012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도입한 것으로 미성년 불법 이민자들이 노동 허가를 받아 미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2017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폐지돼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해리스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이민자인 만큼 이민자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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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 정책 그대로미군의 해외 주둔과 관련해서는 ‘축소’를 주장하는 트럼프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지난해 말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국방예산안이 담긴 국방수권법안(NDAA·국방예산법안)에 서명했는데 여기에는 주한미군 내용도 담겼다. 기존 규모(2만8500명)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해리스는 지난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미국인들을 세계로부터 고립시키고 국가 간 공통 이해를 무시하고 독재자를 포용하고 일방적 행동을 위해 억압적 전술을 택하며 동맹과 약속을 저버리는 게 미국 국민에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며 트럼프의 대선 공약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 북한 비핵화 압박북한과 관련해서는 바이든의 정책을 계승해 비핵화를 양국 정상회담의 선제 조건으로 내걸 전망이다. 해리스는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회담 당시 미국 CBS방송에 출연해 “동맹국들은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있어 우리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고 일치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