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 바라던 큐텐, 판매대금 유용해 몸집 불려
뒤처진 법규제 개선해 플랫폼 관리감독 강화해야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7월 8일 온라인 오픈마켓인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지급으로 촉발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는 모기업인 큐텐의 방만한 경영과 맞물려 발생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은 최근 일련의 무리한 인수합병을 위해 계열사인 온라인 오픈마켓의 판매대금을 빌려 사용하는 등의 방만 경영을 했다. 결국 오픈마켓의 판매대금 미지급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오픈마켓인 티몬(2022년) 인수를 시작으로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2023년), 이어서 AK몰(2024)을 인수했다. 그리고 올초에는 미국의 글로벌 쇼핑몰인 위시(wish)를 인수하며 몸집을 크게 불렸고, 이와 함께 자사 물류기업인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며 제2의 쿠팡을 꿈꾼 것 같다.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 할 때도 이미 두 오픈마켓은 적자기업으로 결국 부실기업을 인수한 셈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로 2010년에 창업을 했다. 2010년에는 애플의 iOS4.0 버전이 출시되며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 시작되며 배달의민족 등 모바일을 활용한 플랫폼들이 앞다퉈 등장했다. 그 후 쿠팡은 직매입(로켓배송)과 오픈마켓을 병행하며 이커머스로 급속한 성장을 했으나 티몬과 위메프는 오픈마켓 방식의 이커머스로 사업을 이어갔다.

온라인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에 속한다. 통신판매업은 온라인상으로 직접 상품을 구매하여 판매하는 거래방식을 취하는데, 통신판매중개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중개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통신판매중개업에 속하는 플랫폼들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오픈마켓), G-market,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이 있다. 배달앱과 숙박앱도 모두 통신판매중개업에 속한다.

이번 티메프 사태의 발단은 이 같은 플랫폼 업체가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기간이 길고 미지급까지 발생하면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판매업자와 대금을 지불하고도 상품과 서비스를 배송받지 못한 소비자 모두가 피해자가 된 것이다. 특히 판매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그 위중함이 더욱 크다.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거래하는 통신판매업은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 관련 법규제가 적용돼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대규모유통업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대규모유통업법)은 오프라인 대규모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온라인 유통업체(통신판매업)도 상품 공급업체와의 거래에서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이 적용이 된다. 그리고 전자상거래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전자상거래법도 주로 통신판매업 중심의 규제다. 이에 비해 통신판매중개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망이 매우 느슨한 것이 문제이다. 판매대금 정산 주기에 대한 규제가 별도로 없으며 판매대금 예치 의무도 없어서 일종의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셀러들은 수수료와 광고비를 부담하며 판매하고 상품의 배송도 직접 수행하지만 판매대금은 통신판매중개업의 정산을 통해 지급받고 있다. 이때 통신판매중개업체가 판매대금의 정산을 길게는 2개월, 때로는 그 이상으로 미루면서 판매대금을 유용할 위험도 있다. 사실 통신판매중개업체가 판매대금을 그렇게 오래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배송이 완료되면 바로 정산을 해주는 것이 정상이다.

판매대금에 대한 정산이 늦어지면서 자금이 아쉬운 중소기업 판매업체는 은행에 미정산 대금을 담보로 선정산대출을 받아서 경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태 이후 티메프가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하면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도 신청해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자율적인 합의를 하는 중에 이제야 배송완료+1일 정산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신판매중개업의 판매대금 정산 주기와 안전한 금융기관에 예치 의무화에 대한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 또한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거래상의 카드사, PG사, 통신판매중개업, 통신판매업 사이의 명확한 환불책임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이번 사태와 같이 법이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다양한 형태의 사업구조 및 진화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실태를 보다 면밀히 살펴서 그에 따른 제도적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