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주변 장치 간 초고속·저지연 데이터 전송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상호연결 기술 표준이다. 쉽게 말해 컴퓨터 내부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이른바 ‘초스피드 고속도로’다.
기존 데이터 전송 방식은 좁은 도로와 같아서 데이터가 많이 몰리면 병목현상으로 인한 정체가 생겼지만 CXL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컴퓨팅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CXL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는 ‘확장성’과 ‘속도’가 꼽힌다.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CXL은 ‘캐시 일관성(Cache Coherency)’을 제공한다. 캐시는 모든 장치들을 빨리 연결하기 위해 장치가 내부에 가지고 있는 여분의 메모리 개념이다. CXL은 불필요한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연산 처리 속도를 대폭 높여준다.
CXL은 앞으로 고성능 컴퓨팅, 차세대 데이터센터,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기업은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지연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팹리스 기업인 파두 등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의 강점을 살려 CXL D램과 메모리 확장 장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파두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문성을 바탕으로 CXL 스위치 칩 개발과 시스템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업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업계 최고 용량인 512GB(기가바이트) CMM-D 개발, 업계 최초 CMM-D 2.0 개발 등의 성과를 이뤘다.
올해 3월에는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 2024'에서 다양한 CXL 기반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개발 완료한 ‘CXL 2.0 D램’은 메모리 풀링 기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특히 혁신적이다.
삼성전자는 CXL 기술을 이용한 메모리 확장 장치도 개발 중이다. 이 장치는 서버의 메모리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어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AI와 빅데이터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문기업 파두도 CXL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파두가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신개념 언어 모델(sLLM: small Large Language Model) 분야다.
이는 일반적인 대형 언어 모델(LLM)의 축소판으로, 대규모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을 사용해 학습된 대형 언어 모델을 작고 경량화된 버전으로 구현한 것이다. 작은 기기에서도 AI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파두가 개발 중인 CXL 스위치 칩은 데이터센터의 구조도 크게 바꿀 수 있다. CXL 스위치가 탑재된 서버 섀시(Chassis)를 활용하면 메모리, 저장장치, 네트워크, AI 가속기 등을 필요한 용도에 따라 변경할 수 있어 서버 구축의 유연성이 매우 커진다.
파두는 CXL 3.0 버전이 상용화되면 2026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밖에 정명수 카이스트 교수가 창업한 파네시아 역시 CXL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CXL 컨트롤러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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