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진정성 없는 패션은
메시지 왜곡·신뢰도 하락 초래
메라비안 차트에 의하면 커뮤니케이션에서 메시지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있어 언어적 요소는 7%, 목소리 톤 등의 청각적 요소는 38%, 표정·제스처·패션과 같은 시각적 요소가 55%를 차지한다.
이 ‘7-38-55 법칙’은 특히 감정이나 태도를 표현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게 할지, 그리고 어떤 이미지를 구축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서 이 시각적 요소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중은 정치인의 연설 내용뿐만 아니라 그의 패션 스타일, 제스처 등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메시지를 해석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패션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이 차트에서 설명되는 시각적 요소의 강력함을 잘 보여준다. 당대표와 같은 정치 지도자는 대중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당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패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색상이나 스타일은 당의 상징과 가치를 반영하거나 특정 유권자층에 소구하는 데 유용하다. 패션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정치적 의사소통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이 대표와 한 대표의 패션 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은 단순한 이미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의 패션은 각각 대중과의 소통 방식, 정치적 메시지, 리더십 스타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들이 지향하는 정치적 방향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대표와 한 대표는 각각의 패션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를 통해 각자의 이미지 브랜딩과 리더십을 부각시키고 있다. 두 정치인의 패션 스타일은 서로 다른 성향과 메시지를 반영하며 정치적 전략을 시각적으로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재명의 실용적인 패션 : 블루 코드
이재명 대표의 패션은 실용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스타일을 중심으로 한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는 주로 블루 계열의 정장을 선택해 차분하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특히 최근 당의 상징색인 블루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당의 가치를 일관되게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한 당내 행사에서 그는 연한 블루 셔츠와 네이비 정장, 블루 넥타이를 매치해 안정적이고 일관된 이미지를 전달했다. 비공식적인 자리나 대중과 소통하는 자리에서는 소매를 걷은 블루 셔츠를 자주 입는다. 이는 대중과의 친밀감을 표현하며 연결과 협력을 강조하는 리더십 스타일을 강조하는 매개체가 된다. 거리 연설이나 집회에서는 이러한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이 대중 친화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헤어스타일과 안경도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도구로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편이다.
지난 대선 레이스 당시 검은 머리에서 회갈색으로 염색한 것은 연륜과 안정감을 강조하기 위한 시도였으며, 이후 짙은 갈색으로 변화를 주면서 신뢰와 무게감을 더했다. 또한 클래식한 안경은 지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한층 더 부각시킨다.
이 대표의 시그니처 패션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블루톤, 정장, 소매를 걷은 셔츠, 클래식한 안경, 그리고 안정감이다. 이 요소들은 그가 실용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동훈의 시그니처 패션 : 클래식과 개성의 조화
한동훈 대표의 패션은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며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요소를 추가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검은 뿔테 안경은 지적이고 단호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고유한 패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한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정제된 클래식 슈트를 즐겨 입으며 다양한 타이 패턴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청회나 기자회견에서 선택한 타이는 그의 단호한 성향과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그의 패션은 보수적인 이미지와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이는 보수층 지지자들에게 안정감을 주면서도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전달한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캐주얼한 패션을 선택해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 1월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했을 때 입은 ‘1992’ 레터링 맨투맨은 편안하면서도 메시지 전달이 명확한 스타일로 부산 지역의 정서와 연결된 정치적 메시지를 표현했다. 이 맨투맨은 큰 인기를 끌며 패션 플랫폼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대표의 시그니처 패션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검은 뿔테 안경, 슬림한 슈트, 다양한 패턴의 타이, 트렌치코트, 그리고 캐주얼한 아이템들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그가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이 대표는 패션을 통해 ‘안정감’과 ‘실용성’을 강조한다. 블루 계열의 정장과 셔츠는 그의 리더십이 더불어민주당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대중에게 신뢰와 안심을 주는 효과를 낸다. 거리에서 소매를 걷은 셔츠는 대중과의 연결을 강조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며 이러한 스타일은 그의 대중 친화적 정치 전략을 잘 보여준다.
한 대표는 패션을 통해 ‘소통’과 ‘혁신 의지’를 강조한다. 슈트와 뿔테 안경, 타이 패턴을 통해 클래식하고 정제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개성 있는 스타일링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캐주얼한 자리에서도 지역 정서나 이슈와 맞춘 패션을 선택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신선함을 줬다.
정치인의 패션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가치관과 리더십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도구다.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에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정치인의 의상은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하고 대중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일관성 없는 패션은 이미지 손상은 물론 메시지의 왜곡, 여론의 악화, 신뢰도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패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정치적 입지까지 잃을 수 있다.
결국 아무리 멋진 옷이라도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대중은 그 속내를 간파하기 마련이다. 양당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가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어떤 패션 메시지 전략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일지 주목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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