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지침 변경에 따라 경쟁수주 여부 갈릴 것

한남4구역 조감도. 서울시 제공
한남4구역 조감도. 서울시 제공
올 하반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이 시공사 선정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 ‘투톱’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대결이 성사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물산은 ‘하이엔드의 차별화’를, 현대건설은 ‘브랜드 타운화’ 전략을 무기로 강력한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사 모두 현재 시장에서 쉽게 대적할 상대가 없는 강자인 만큼 수주 경쟁에 돌입하면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가 벌어질 예정이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9월 중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현장설명회 등을 거쳐 내년 1월 선정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강조망이 우수한 신동아아파트를 포함하고 있는 한남4구역은 전체 2331세대 중 일반분양 물량이 800여 세대에 달해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사업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입찰 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수주 활동을 벌이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7월 13일 열린 간담회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최소 건설사 2곳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결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양강 구도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깃발을 한남4구역에 꽂아 주변 다른 단지와는 차별화된 랜드마크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물산이 이번에 한남4구역 시공사로 선정되면 한남뉴타운 4개 구역이 각각 ‘빅5’에 속하는 건설사 브랜드로 채워진다. 현재 한남2구역은 대우건설, 3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고, 5구역은 단독응찰한 DL이앤씨가 맡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에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입주 때까지 브랜드 간 자존심을 건 품질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물산만의 노하우와 브랜드가 한남뉴타운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2021년 한남뉴타운 최대 사업지인 한남3구역(6006세대)를 선점한 현대건설은 해당 구역과 맞닿은 한남4구역을 전체 8000여 세대 규모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통합 타운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남4구역을 현대건설이 수주하면 5년 뒤 한남3구역에 조성될 ‘디에이치 한남’과 구릉지 단차 및 경사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기 용이하다는 게 현대건설 입장이다. 재건축이 아닌 재개발 사업에선 기반시설 조성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다만 일부 한남3구역 조합원들은 현대건설이 시공권 수주 당시 내놨던 현대백화점 유치 공약을 지킬 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상가협의회 대상 설명회에서 현대건설 측이 “‘새로운 현대백화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이슈는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수수료 공제 문제와 맞물려 일부 조합원들이 현대건설에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지난 4월 현대백화점을 유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면서 조합원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빅 매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한남4구역의 입찰지침서가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까다로운 조건으로 경쟁 입찰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월 25일 열린 한남4구역 대의원회에서는 기존의 입찰지침을 포함한 시공사 선정계획을 한차례 부결한 상태다. 기존 시공사 선정계획에는 사업비 조달을 위한 시공사의 신용공여 형식이나 조합 사업비용 충당을 위한 분양수입금의 배분을 특정 방식으로 강요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재개발 시공권 입찰지침으로서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부터 입주까지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사업으로 입찰지침만으로 사업의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입찰 지침은 부당업체를 걸러내는 선에서 확정하고 업체 간 경쟁을 통해 도급계약 조건을 조합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유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