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가입자 수 줄고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도 쪼그라들고

청년 당첨 기회 높이고
출산가구·부부 혜택은 강화

유지냐 해지냐 그것이 문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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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의 기회를 잡고 있을 것이냐 버릴 것이냐.” 청약통장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가입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모두 이 같은 질문을 한다.

과거엔 청약이 내집 마련을 대비하는 지름길이었다면 최근엔 수십, 수백만 명의 신청자가 몰려들어 ‘로또’로 변질됐다. 하지만 납입 기간이 짧고 1인 가구를 추구하는 2030세대에겐 무순위 청약이 아닌 이상 언제 순번이 돌아올지 모른다.

‘결혼 페널티’라는 말도 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청약과 정책 대출 등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꼬집는 말이다.

최근 정부가 청약제도를 대폭 손봤다. 이탈하는 가입자들을 잡기 위해서다. 이번 청약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누가 수혜를 볼지 정리했다.

◆달라진 청약제도

①41년 만에 월 인정액 손질, 당첨선 납입기간 단축

청약통장의 월 납입금 인정 한도가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된다. 기존에는 50만원을 넣어도 청약 때 1회 납입에 인정되는 한도가 10만원이었는데 이를 월 25만까지 늘린다는 얘기다. 공공주택의 경우 통장 가입자가 매달 얼마나 많은 금액을 저축했는지 총액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선발한다. 납입 인정액 조정은 1983년 제도 도입 이후 41년 만이다.

그럼 가입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뭘까? 예를 들어보자. 서울 한강 조망이 가능해 지난해 공공주택(뉴:홈 일반분양) 최고 입지 조건으로 꼽힌 동작구 수도방위사령부. 주변 시세보다 5억원가량 저렴해 로또 분양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255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접수에 7만2172명이 신청하며 평균 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저축 총액 당첨선은 2550만원. 이는 매월 10만원씩 21년 이상 납입해야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납입액이 25만원으로 늘어난다면 7년 7개월 만에 2275만원에 도달할 수 있다.

납입 인정액이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납입 기한이 길지 않은 청년들의 당첨 가능성이 커진다. 그중에서도 월 소득이 높아 청약을 더 많이 부을 수 있는 무주택 청년층이 청약 시장에서 좀 더 유리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말하면 소득이 낮아 25만원을 채워 넣기 힘든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청약 시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매월 25만원씩 납입하면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 연봉(2022년 기준 3691만원)의 9% 정도가 청약으로 들어간다.

당첨선이 상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입지에 따라 청약 저축총액의 당첨선은 차이가 나는데, 통상 청약통장 저축총액 기준으로 1200만~1500만원 선이 당첨선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25만원으로 납입한도가 늘어나면서 이 당첨선 또한 올라간다는 것이다.

②반쪽짜리 통장→만능 통장으로 전환 가능

청약예금·부금·저축 가입자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이 허용된다. 청약예금·부금·저축은 민영과 공공주택 모두 청약이 가능한 만능통장인 ‘주택청약종합저축’이 나오기 전 가입을 받은 상품들이다. 상품에 따라 민영이나 공공주택 중 한 가지 유형만 신청이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모든 유형에 청약할 수 있게 바뀐단 얘기다. 경계를 허물어 현재 140만 좌에 달하는 청약예금·부금·저축을 만능통장으로 흡수하겠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복안이다.

다만 청약 신청의 ‘기회’만 넓어진다. 기존 납입 실적이 그대로 인정되지만 청약 기회가 확대되는 유형에 대해선 ‘신규 납입분부터 실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년 전 청약저축에 가입한 A 씨(무주택, 납입액 2400만원)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면 공공주택 신청은 물론 지난 7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같은 민간주택 청약도 신청할 수 있다. 이때(민간주택 청약 시) 20년 통장 가입 기간과 예치금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청약예·부금과 청약저축은 지금은 가입할 수 없는 통장이다. 2015년 9월 1일부터 신규 가입이 중단됐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③청약통장 금리 최대 3.1%로 인상

청약저축 금리가 현행 최대 2.8%에서 3.1%로 0.3%포인트 인상된다. 약 2500만 명이 금리인상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11월 0.3%포인트, 2023년 8월 0.7%포인트에 이어 이번에 0.3%포인트 인상되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청약저축 금리는 총 1.3%포인트 올랐다.

대출받는 사람은 조금 힘들어진다. 대출 금리도 소폭 조정(0.2~0.4%포인트)되기 때문이다. 디딤돌 대출은 기존 2.15~3.55%에서 2.35~3.95%로, 버팀목 대출은 1.5~2.9%에서 1.7~3.3%로 올린다.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은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공급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다만 서민 주거비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소득 구간에 따라 0.2~0.4%포인트 차등 인상된다. 신혼·출산 가구에 한정된 신생아 특례대출과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대출 금리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④부부, 미성년 자녀, 출산 혜택 강화

올해 청약통장의 키워드는 부부, 미성년 자녀, 출산이다. 부부가 청약에 더 유리해지고 미성년 자녀의 가입 인정 기간이 확대되고 신생아를 둔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특별공급과 우선공급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선 부부 혜택이 강화됐다. 부부가 같은 아파트에 동시에 청약을 넣으면 부적격 처리가 됐지만 앞으로는 중복 신청이 가능해진다. 세대주만 청약을 신청할 때보다는 부부가 함께 청약 신청을 하게 돼 당첨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 둘 다 당첨되더라도 무효화되지 않고 먼저 신청한 청약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또 배우자가 혼인신고 전에 청약 당첨과 주택을 소유한 이력이 있더라도 청약 대상자 본인은 주택 청약을 할 수 있게 된다.

배우자 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합산도 가능해졌다. 민영주택 가점제 청약을 신청했다면 세대주 본인의 통장 가입 기간 외에도 배우자 통장 기간의 절반, 최대 3점까지 합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이 5년, 배우자가 5년씩 각각 청약통장을 보유했을 경우 지금까지는 청약자 본인의 가점 7점이 적용됐으나 앞으로는 배우자 보유 기간의 절반이 더해져 모두 10점을 인정받게 된다. 다만 합산 점수는 17점을 초과할 수는 없다.

미성년자 시절 청약통장에 가입했던 기간도 기존 2년에서 5년까지 늘어난다. 자녀의 만 17세 생일에 청약통장을 선물해 줬다면 이젠 만 14세 생일에 선물하면 더 좋다. 만 14세에 청약통장에 가입한 경우 만 29세에 이르면 청약통장 가입점수의 상한인 17점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신생아 특별공급에 해당하는 출산 가구라면 희망하는 지역에서 공급되는 공공주택 아파트를 적극 공략해볼 만하다. 특히 같은 출산 가구라도 가구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맞벌이 120%) 이하라면 신생아 특공 대상주택의 70%를 우선 배정받기 때문에 절대 유리하다.

◆청약통장 해지런에 인정금액 25만원으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매년 증가했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022년 7월 감소로 돌아선 이후 올해 2월과 3월 두 달을 제외하고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총 2548만9863명으로 1년 전(2583만7293명)과 비교하면 34만7430명 줄었다. 특히 7월엔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 수만 5만 명 넘게 빠져나갔다.

청약통장 해지가 급증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의 재원이 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주택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수입은 감소한 반면, 수요자 대출 등 지출은 확대되면서 여유자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1년 49조원이었던 여유자금은 2024년 3월 13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3년 새 70% 떨어진 것.

임대주택 공급, 전세자금 대출 등 주택 공급 정책을 확대하려는 정부 입장에서 기금 재원 확충은 당면 과제다. 납입한도를 확대하면 기금을 채울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또 청약 예·부금은 각 은행 금고로 들어가 주택도시기금 재원과 무관하다. 이들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이전시키면 기금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가 청약통장 월납입 한도(인정액)를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린 것은 기금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한 달에 25만원을 납부할 수 없는 사람들의 당첨기회는 더 떨어진다는 면에서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 꿈을 더 멀어지게 만드는 제도 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유지 vs 해지

정책이 바뀐 배경이 어떻든 가입자들의 고민은 한 가지다. “청약 통장 깨야 돼요? 말아야 돼요?”

시장에선 공공주택 청약의 경우 납입횟수와 납입금이 유리하고 장기간 무주택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사람은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월 25만원을 제외한 추가 저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주택의 경우지만 래미안 원펜타스의 전용 84㎡ 분양가는 20억원을 웃돌았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3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이 엄격해 대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당첨이 돼도 현금 10억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분양가가 높아진 만큼 자신의 자금 확보 여력을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청약 납입횟수와 금액이 현저히 낮고 장기간 무주택 유지를 감당할 수도 없고 부양 가족도 없다면 해지도 방법이다. 청약 말고도 새 아파트를 마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단지의 조합원이 되거나 분양권을 매수하거나 최근 입주를 마친 아파트를 사는 방법이 있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주택은 입주까지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리고 사업 도중 여러 변수로 인해 아파트 입성을 단정할 수 없다. 아파트 매매 역시 하락장을 예측하고 사기는 쉽지 않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