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60년대생, 그들은 은퇴하지 않는다[EDITOR's LETTER]
그들이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한 반에는 70명이 공부했습니다. 겨울에는 해가 질 무렵 등교하는 애들도 있었습니다. 3부제 수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점심 시간 운동장은 새까매졌습니다.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축구를 하고 있는 겁니다. 공은 단 3개. 그래도 공을 찾아 골을 넣었습니다.

대부분 가난했습니다. 놀거리도 별로 없었습니다. 돈 안 드는 놀이를 배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놀았습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그들에게는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시절은 까까머리에 까만 교복을 입고 보냈습니다. 선생님들의 구타는 일상이었지요. 그래도 윗세대와 달리 트로트와 가요에서 벗어나 팝송이란 걸 듣는 아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때도 나름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대학도 적었고 대학 진학률도 30%대밖에 안 됐습니다. 하지만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 할 만했습니다. 애초에 대학 갈 생각이 없던 친구들도 많았고, 공부 잘하는 일부는 일찌감치 상위권 상고와 공고로 빠진 이유도 있습니다.

대학 때는 데모 한번 안 해본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 대학생의 본분이라고 느꼈을까. ‘민중과 지식인’은 필독서였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시위 때는 주역이었습니다. 국민들이 독재정권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 그들은 취업전선에 나섰습니다.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기였습니다. 인력 수요도 많았습니다. 1988년 건강보험공단은 반기에 대졸 직원을 5000명씩 뽑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에 합격했다고 하면 “뭐하러 그런 데를 가냐”고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취업을 걱정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게 취업해 30대 때 IMF 외환위기를 겪었습니다. 젊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곧 경제가 회복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많은 이들이 여기에 올라탔습니다. 2000년대 정보기술(IT) 산업은 급속히 발전했고, 그들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2000년대 초 정치권으로 들어간 일부는 한국 정치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386으로 불렸고 개혁의 상징이 됐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그들은 40대였습니다. 상당수가 살아남았고, 세대에는 또 다른 경험이 축적됐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 전반에서 핵심적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거친 세대답게 경쟁력도 갖췄습니다. 현재 삼성전자 부사장급 이상 임원 가운데 60% 정도가 60년대생입니다. 22대 국회의원도 60가 그 세대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치권 586은 개혁의 대상이 됐고, 직장 내에서는 꼰대 문화의 상징이 됐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국민연금을 내줘야 하는 머릿수 많은 집단이 됐습니다.

1960년대생들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폐허에서 태어나 후진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진국에서 사회 생활을 하고, 선진국에서 죽게 되는 세대입니다. 전쟁 빼고는 다 겪어본 세대입니다.

출산율 4~6명 시대에 태어나 경쟁이 몸에 밴 데다 경험까지 쌓인 세대, IT를 생활화한 세대, 고속성장기 직장생활을 하고 연금까지 받을 수 있어 경제력도 갖춘 세대, 1년에 100만 명 가까이 태어나 쪽수도 많은 세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집단적 결속도 갖춘 세대.

이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은퇴는 자연스럽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인구보너스의 주역들이 사회의 부담이 되는 세대가 되버렸기 때문입니다. 노동시장과 의료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고, 국민연금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다른 숙제도 있습니다. 그들이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고 건강하다는 점입니다. 집에서 보내는 생활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요즘 카페, 산, 도서관에서 마주치는 중장년층이 많은 것도 그들의 은퇴와 무관치 않습니다.

이미 노동시장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고령층의 취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건, 부모 봉양과 자식 양육을 위해서건 그들은 쉴새 없이 노동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은퇴하지만 은퇴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비한 노동, 연금, 의료, 교육 시스템의 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그들의 은퇴가 축복이 될 것인지 재앙이 될 것인지는 결국 사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국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