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기 싫은 Z세대… '의도적 언보싱' 트렌드
중간 관리직을 기피하는 Z세대가 늘고 있다. 관리자 역할은 업무 부담이 큰 데 반해,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24일(현지 시각) 더 타임스, 데일리메일 등은 Z세대 사이에서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도적 언보싱이란,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려는 경향을 뜻한다. 큰 욕심 없이 직장에 최소한의 노력만 쏟는 '조용히 그만두기'와 같은 맥락이다. 높은 지위에 올라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성공의 지표로 여겨졌던 과거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트렌드는 직장 생활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Z세대의 특징을 반영한다. 이들은 직장 내에서의 성공보다 개인의 발전이나 성장에 더 관심이 많다. 이에 부하 직원 관리 역할은 피하면서 자유롭게 업무를 하길 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HR 기업 로버트 월터스가 Z세대(1997년~2012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Z세대 직장인의 52%는 중간 관리자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9%는 중간 관리자가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보상은 낮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72%는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성장과 기술 축적’에 시간 쓰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로버트 월터스 관계자 루시 비셋은 “원격 근무에 익숙한 Z세대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덜하다”면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기피하는 것이 나중에 고용주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젊은층 사이에서도 ‘워라밸’을 위한 승진 거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대리 직급에 계속 머물겠다는 의미의 '웰빙대리(웰빙+대리)'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지난 5월 잡코리아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 응답자의 절반 이상(54.8%)은 임원까지 승진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러워서’(43.6%)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임원 승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20.0%), ‘임원은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13.3%), ‘임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11.1%), ‘회사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 않아서’(9.8%) 등으로 나타났다.

또 승진에 대해서는 ‘남들과 비슷하게 승진하면 된다’는 의견이 50.8%로 가장 많았다. ‘승진에 크게 관심이 없다’(19.5%), ‘승진하고 싶지 않다’(3.3%)는 답변 비중도 각각 19.5%, 3.3%에 달했다.

업무량에 대해서는 '남들만큼 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55.5%), 회사 생활 기간에 대해서는 '남들만큼 다니는 것으로 충분하다'(46.5%)는 답변이 많았다. MZ세대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회사생활 기간은 평균 9.1년으로 조사됐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