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에 배추 수급 문제로 인한 김치 상품 소량 입점 안내문이 붙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에 배추 수급 문제로 인한 김치 상품 소량 입점 안내문이 붙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온이상에 배춧값이 평년 가격의 2배가량 뛰었다. 가뜩이나 치솟은 배춧값에 부담이 적잖은데 지난 주말 폭우에 대표 주산지 전남 해남에서 발생한 수해로 더 뛸 가능성도 남았다. 정부는 중국산 배추 16t을 수입해 내주쯤 외식업체, 수출 김치 제조업체 등에 공급하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소비자 반응은 ‘중국산 배추’에 우려가 가득하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9963원으로, 지난해 9월 평균 가격(5570원)의 1.8 배로 올랐다.

여름에 출하하는 고랭지 배추는 폭염으로 생육이 부진했고 상품성이 저하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재배 면적이 1년 전보다 줄었으며, 또 폭염, 가뭄 등의 영향으로 생육이 부진해지면서 공급량이 급감한 것.

배추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는 중국산 배추 16t을 수입해 내주쯤 외식업체, 수출 김치 제조업체 등에 공급하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10월부터 해발 600m 이하 지역에서 배추 출하가 시작되고 중순께 경북 문경시, 경기 연천군 등으로 출하 지역이 늘어나면 배추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고랭지 배추뿐만 아니라 가을배추(김장배추) 수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21일 전남 해남에 시간당 최고 100㎜, 하루 동안 300㎜가 넘는 역대급 폭우가 쏟아져 재배면적의 약 15%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해남은 전국 가을배추 생산량의 17%, 겨울 배추는 65%를 차지한다.

해남 배추 수확 차질로 농가들 사이에는 김장이 시작되는 11월에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가을배추는 김장에 쓰이는 배추이기 때문에 시장 우려는 심화하고 있다. 금값이 된 배춧값도 문제이지만, 정부가 외식업체, 제조업체 등에 공급하는 중국산 배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부는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소비자 시장에는 중국산 배추를 풀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국산 배추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대상, CJ제일제당 등 대형 김치 제조업체나 일부 식당 역시 중국산 배추를 쓸 바에야 총각김치나 깍두기 등 대체품의 생산을 늘리거나, 가을배추를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김효수 해남 배추생산자협회장은 "현재 자라는 배추가 11월 초중순부터 출하되기 때문에 다소 배춧값이 오를 수 있지만 농민들이 겨울 배추를 일찍 공급하면서 수급량이 금방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동향을 살펴보며 김장을 1∼2주 늦추는 걸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당장에 배추 가격이 오른다고 가을까지 수입을 확대했다가 오히려 농민들의 생산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수입 정책에 대한 정부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