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대명소노 등 해외 사업 확장에 팔 걷어
미국, 유럽 등에 연이어 호텔 개관

신라호텔, 아난티 등도 해외사업 확대 예고

[비즈니스 포커스]
 롯데호텔이 올해 6월 미국 시카고에 오픈한 'L7 시카고 바이 롯데'.   사진=롯데호텔
롯데호텔이 올해 6월 미국 시카고에 오픈한 'L7 시카고 바이 롯데'. 사진=롯데호텔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 9월 미국 인디애나주에 ‘L7 인디애나’(가칭)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L7은 롯데호텔이 2016년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4성급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다. 롯데호텔에 따르면 L7 인디애나는 내년 하반기 현지에서 첫 삽을 뜬다. 오는 2028년 상반기 준공을 마칠 예정이다. 해당 호텔을 앞세워 롯데호텔은 향후 북미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보다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최대 리조트 그룹인 대명소노도 해외 시장에 집중하며 사세를 넓혀나가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세계적 관광 명소인 하와이에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현지에서 성업 중인 ‘와이키키 리조트’를 약 13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하와이 유명 휴장지인 오아후섬 남단 호놀룰루 지역에 위치한 이 호텔은 호놀룰루 국제공항과 와이키키 해변 및 현지 유명 쇼핑몰과 인접해 국내외 관광객들(지난해 기준 투숙률 86%)로 늘 붐빈다. 이번 하와이 진출을 계기로 대명소노는 해외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 호텔·리조트 기업들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지점 수를 늘려나가는 데 집중하며 세계적인 호텔·리조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표다.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는 한국 호텔·리조트 시장의 경쟁에서 벗어나 신시장을 개척,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롯데호텔과 대명소노를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양사 모두 국내보다 해외 점포 수를 늘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내수와 글로벌을 동시에 캐시카우로 삼겠다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내수부터 해외까지 ‘쌍끌이 전략’이들의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먼저 롯데호텔의 경우 ‘글로벌 체인호텔’이 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호텔을 오픈(롯데호텔 모스크바)하기 시작했다. 이후 롯데호텔은 국내보다 해외 호텔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약 10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호텔 수(22개) 못지않은 수의 해외 호텔(14개)을 운영하기에 이른 것 역시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특히 최근 들어 롯데호텔의 해외 진출 보폭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9월 베트남 하노이에 ‘L7 웨스트 레이크 하노이 바이 롯데’를 개관했으며 올해 6월에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L7 시카고’(L7 시카고 바이 롯데)의 운영에 들어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롯데호텔은 최상위 호텔 브랜드인 ‘시그니엘’의 하노이점 개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8년에는 ‘L7 인디애나’ 오픈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롯데호텔은 대다수의 해외 호텔을 위탁경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해외에서 운영하는 호텔 수가 국내 호텔 수를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텔 운영 방식은 크게 위탁운영과 직접 운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탁운영의 경우 소유주는 따로 있고 호텔 브랜드는 경영만 맡는다. 호텔 운영 노하우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소유주의 호텔을 운영해주는 대신 수수료 또는 매출의 일부분을 가져간다.

독자적인 의사결정이나 언제 계약이 종료될지 모른다는 위험 요소가 있긴 하지만 투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는 강점 역시 존재한다. 메리어트·하얏트 등 세계적 호텔 체인도 이런 방식으로 해외 영토를 확장해왔다.

‘쏠비치’ 운영사로 잘 알려진 국내 1위 리조트 기업 대명소노는 사실상 해외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명소노는 2019년 글로벌 체인 호텔·리조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브랜드명을 ‘대명’에서 ‘소노’로 변경했다. 당시 해외에서 수백 개의 리조트 문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외 진출 ‘러시’ 이어진다이후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대명소노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신규 리조트 오픈을 멈췄다. 대신 작년까지 수천억원을 들여 베트남, 미국에서 3개의 호텔을 직접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프랑스와 하와이에 있던 호텔을 손에 움켜쥐며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향후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호텔신라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 최고급 호텔로 평가받는 신라호텔의 명성이 해외에도 소문나며 2020년 처음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지 대기업인 탄콩그룹의 러브콜을 받은 것. 그렇게 베트남 다낭에서 ‘신라모노그램’의 위탁운영을 시작하며 해외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해외사업에 더욱 속도를 낸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위탁운영 형태의 운영을 요청해와 현재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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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켄싱턴호텔앤리조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등이 사이판과 괌 등에서 점포를 운영하며 해외사업을 키우고 있다.

국내 호텔·리조트 기업이 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호텔 시장의 상황과 연관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호텔시장 규모는 2018년 약 4조원에서 지난해 5조원대로 불어났다. 향후에도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에서는 ‘호캉스’라는 휴가 문화가 정착했다. 게다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방한 관광객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 호텔시장 전망이 밝다 보니 글로벌 호텔·리조트 기업들이 계속해서 한국 시장에 상륙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연도별 호텔 브랜드 등록 현황을 보면 2019년 1983개였던 호텔 브랜드 수는 지난해 2343개까지 증가했다.

실제로 아코르, IHG 같은 세계적 호텔 체인들도 중저가부터 최고급까지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다 보니 업계에서는 앞으로 성장이 정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도사리고 있다”며 해외 진출 배경에 대해 진단했다.

과거에 비해 한국 호텔들이 해외에 진출하기도 유리해졌다. 롯데호텔이나 신라호텔처럼 해외 기업들이 한국 호텔들에 위탁운영을 먼저 요청할 만큼 이들의 위상과 실력도 크게 향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 기간 깐깐한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하며 나름의 호텔 운영 노하우를 쌓아 올린 결과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과 더불어 매년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서 운영하는 해외 호텔이나 리조트의 경우 대부분 한국 직원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 장벽 없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많은 내국인 여행객들이 이런 이유로 해외여행 시 한국 호텔을 선호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했다.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호텔·리조트 기업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럭셔리 리조트의 대명사가 된 아난티가 싱가포르 투자전문회사인 LBP(Life Bridge Partners)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해외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