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첫 파견 사례, 조합 VS 롯데건설 간 중재 나서
롯데건설 “리모델링도 공사비 싸지 않다”

서울 용산구 소재 '이촌 르엘' 공사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표기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서울 용산구 소재 '이촌 르엘' 공사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표기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서울시가 공사 중단 위기에 놓인 ‘이촌 르엘(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장에 공사비 중재를 위한 코디네이터를 파견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 용산구 소재 이촌동 현대아파트는 1974년 15층, 653가구 규모로 준공돼 올해 50년째를 맞았다. 현대아파트의 원래 이름은 ‘현대맨숀’으로 당시 중상층을 겨냥한 일명 ‘맨션 아파트’의 원조 격이다. 재건축 연한(30년)이 지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신속한 입주 등을 위해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 진행한 지 20여 년이 됐다.

수직 및 별동 증축을 통해 97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을 세운 해당 리모델링 사업은 2020년 기존에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과 공사비 협상 문제로 갈등을 겪다 시공사를 교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촌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2021년 4월 롯데건설과 공사계약을 체결한 뒤, 2022년 8월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롯데건설은 현재까지 기초공사를 진행 중으로 공정률은 10.5% 수준이다. 롯데건설은 자사의 하이엔드 주택 브랜드 ‘르엘’을 적용했다.

그러나 해당 조합은 최근 급등한 공사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4월 조합은 롯데건설로부터 기존 2722억9000만원(3.3㎡당 540만원)으로 계약된 공사비를 4981억542만원(3.3㎡당 926만원)으로 증액해달라는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공사비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통념과 달리 리모델링 공사비가 재건축 공사비보다 결코 싸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건설은 연대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리파이낸싱을 위해 공사기한 연장 확정 및 공사비 확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계획에 없던 오염토 폐기물 처리, 지하 증축 등 설계 변경 문제로 공사 역시 지연됐다는 것이다.

반면 조합은 롯데건설이 공사를 계획된 일정보다 지연해 조합원들에게 시간적, 금전적 손해를 끼치고 있는데도 공사비를 인상하기 위해 공사중단과 PF대출 보증을 내세워 압박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주택법상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없지만, 양측의 갈등이 점차 심화할 것으로 보고 리모델링 단지에도 코디네이터 제도를 확대시행하기로 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그동안 정비사업의 공사비 갈등 해소를 위한 서울시의 수많은 노력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첨예했던 갈등이 봉합되고 사업이 정상화되는 등 성과가 나타났다”면서 “리모델링 사업도 조합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선 시의 갈등관리 노하우를 활용하여 조기에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