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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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배터리 규정, 전기차에 어떤 영향 줄까①[테크트렌드]>에 이어

이기는 변호사는 법을 많이 아는 변호사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사건을 준비한 변호사다.

지난 1탄에서는 EU 배터리 규정 중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주요 요건을 살펴봤다. 이번 2탄에서는 EU 배터리 규정 대응을 위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시사점과 액션 아이템을 알아본다. 프로세스 관점 시사점배터리 규정 대응을 신속 정확하게 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한다. 기술력과 영업력이 좋더라도 이 규정을 만족시키고 증빙하고 심사를 통과하는 역량도 동시에 갖춘 기업만이 생태계에서 살아남는다. 그래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야 ‘장사’를 할 수가 있다. 연구개발에 매진함과 동시에 이런 자격 준수, 인증 대응, 증거 제출에도 기업들이 리소스를 투자해야 한다.
게다가 이들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발성으로 문서나 자료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배터리 규제를 준수하는 ‘프로세스’ 자체를 구축하고 시스템으로 내재화하고 있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 파이를 장악한다.

처음 이 체계를 대응하는 회사들은 규정을 준수하느라 비용이 단기적으로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없던 프로세스를 새로 구축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일단 프로세스를 기본적으로 구축해 두면 기술혁신, 효율성 향상으로 비용을 궁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여기서 구축해야 하는 프로세스 중 중요한 것을 요약한다면 ‘검증 프로세스’,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심사 대응 프로세스’를 꼽을 수 있다. 검증 프로세스배터리와 그 부속 시스템은 그 특성상 사용 기간 동안 서서히 성능 저하 증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저하되는 속도를 늦추거나 심각한 문제를 사전에 미리 찾아내거나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엔드 유저에게도 좋지만 공급 회사에서도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모두 최소로 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 성능 테스트가 개발 완료 시점이 아니라 개발 중간 시점마다 꾸준히 정기적으로 개발된 범위만큼씩 반복되어 수행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크기, 형태, 무게, 화학적 구성, 개발 방식 등이 굉장히 다양하고 회사별로 사용 되는 개발 기술, 프로세스, 방식이 다르다. 완성차 업체에서 요구하는 기본 스펙, 환경도 다양하고 까다롭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다양한 차에 납품하는 배터리별로 맞춤형으로 세밀하게 내구성, 안전성, 신뢰성을 사전 검증하는 것이 필수다.

각 회사별로 실제 환경, 필드 검증 시 드라이빙 프로파일을 가지고 검증이 되면 더욱 좋다. 그리고 어떻게 이 드라이빙 사이클을 가지고 검증하는지도 그 유효성 심사 때 증빙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발생 가능성(Likelihood)과 심각성(Severity), 이 두 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리스크를 우선 식별하는 절차는 가장 기본적으로 알려진 리스크 식별 방식이다. 이 리스크 식별 기준을 회사 내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리스크를 식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별한 뒤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적용해서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그 대응 전략이 효과적이었는지 여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다시 공부하고 최적화된 프로세스로 계속 수정 업데이트해야 한다.
이렇게 선순환되면 ‘지속가능성’은 또 다른 방법 없이도 스스로 증명된다. 일종의 레슨스 런드랄까.
심사 대응 프로세스EU 규정은 셀프 심사를 요구하는 것과 제3자 외부 심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뉜다. 내 회사, 내 제품군, 내 업무별로 이 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배터리 업체가 인하우스로 내구성을 평가한다면 평가 절차, 기준, 범위, 일정, 담당자의 스킬셋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ISO 9001 또는 IATF 16949 같은 자동차 업계의 가장 기본적인 품질관리시스템과 맞게 돌아가는 프로세스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 품질경영시스템과 얼라인먼트(Alignment)가 된 프로세스여야 한다는 뜻이다.
프로세스는 프로세스라는 규정, 문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 문화, 경영진의 의지가 있어야 실효가 있다. 내 회사뿐 아니라 내 회사와 계약한 Tier1, Tier2, Tier3처럼 이 배터리 사업에 관련 있는 협력 회사들도 이런 프로세스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기술 관점 시사점EU의 배터리 수요 급증에 따라 시장은 확대된다. 배터리 자체의 성능, 최신 기술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기본 사항이다.

이제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 폐배터리 시장 활용 기술이 필요하다. 소재 재활용 비율이 정량적으로 도출되고 이를 증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증빙이 되면 이 회사의 ‘소재 재활용 기술’이라는 기술력 자체도 자연스럽게 보장된다. 차세대 배터리나 새로운 원료를 발굴해서 더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배터리를 개발한다면 시장 경쟁력이 있다. 폐배터리에서 원료 회수를 빠르고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도 남들과의 차별점을 만든다. 이미 중고 전기차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이 분야 시장은 각광받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이 회사가 책임감 있는 마인드가 있다는 것, 사회 기여를 중시한다는 것, 지속가능성을 높은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어필되는 효과가 있다. 마케팅 면에서도 회사에는 이득이다.

배터리 생산 폐기물 또는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재활용 원료만 인정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서 생산된 제품의 재활용 원료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제한 조건이니 염두에 두자.

항해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박의 위치 판단이다. 내 사업의 지금 위치는 어떠한가. 자동차 배터리 규정이라는 새 파도의 영향을 파악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