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우리은행 본점 등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8월 2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 박스를 들고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우리은행 본점 등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8월 2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 박스를 들고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캐피털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회사에 14억원을 부적정하게 대출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이 계열사로 확대된 원인으로 지적했다.

금감원은 수시검사를 통해 우리저축은행과 우리캐피탈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각각 7억원씩 총 14억원을 대출해준 과정을 살펴본 결과, 우리은행 출신 임직원의 개입과 용도 외 유용 등 부적정 취급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 1월 31일 손 전 회장 처남의 배우자가 대표이사였던 A법인에 신용대출 7억원을 해줬는데, 대출 신청과 심사 과정에서 우리은행 출신 임직원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실제 자금이 대표이사 개인계좌로 이체돼 개인적 용도 등으로 사용하는 등 대출금 유용 등의 정황도 파악됐다.

금감원은 “우리저축은행 내부에 해당 대출 취급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직원이 있었음에도 우리은행 출신 그룹장의 결재로 해당 대출이 실행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우리캐피탈은 2022년 10월 21일 손 전회장의 장인이 대표이사였던 B법인에 부동산담보 대출 7억원을 해줬고, 손 전회장의 친인척이 대출금의 일부를 개인계좌로 송금받아 개인적 용도 등에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30일에는 B법인에 대한 만기 연장 과정에서 우리은행 출신 본부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여신위원회가 신용등급 악화와 담보물 시세 하락에도 채권 보전 조처 없이 만기 연장을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경영진이 손 전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아 부적정 대출이 계열사로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지주내 구태의연한 조직문화, 느슨한 윤리의식과 함께 지주차원의 내부통제 미작동 등이 금융사고의 예방·조기적발을 저해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로 확인된 손 전회장 처남의 배우자 등 차주와 해당 대출의 신청·심사에 개입한 우리은행 출신 임직원 등 관련인의 대출금 유용 등 위법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통보했고, 부적정 대출 취급과 만기연장에 관여한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자체징계 조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오는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임 회장이 국감에 출석한다면 주요 금융그룹 회장이 정무위 국감 증언대에 서는 첫 사례가 된다.

정무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우리은행 등 주요 계열사들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에 수백억원대 부당 대출을 해준 경위와 이를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이유 등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또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동양생명·ABL생명 통합 인수 관련 적격성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