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삼성전자는 개장 전 연결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3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7%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3% 줄어들었다.
이는 증권가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날 집계한 증권가 전망치 평균(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앞서 13조~14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대했던 증권사들은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달새 영업이익의 눈높이를 2조원 가까이 낮췄음에도 삼성전자 실적이 더 안 좋았던 셈.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 부문의 일회성 비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초 3분기 중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이었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사업화도 지연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실적 발표 직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수장은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이날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근 기술 경쟁력 우려와 주가 하락 등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위기감이 조성되는 가운데 위기 극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7월까지만 해도 반도체 훈풍에 힘입어 8만원대를 훌쩍 넘기고 10만원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미국 반도체주 폭락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석 달도 되지 않아 6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시가총액은 6월 말 486조5372억원에서 9월 말 367조1416억원으로 120조원 가까이 빠졌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수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가전 분야의 성과도 안 좋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사업 부진으로 15년 만에 영업이익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메모리 칩 부분은 국내 경쟁자인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분에서도 대만의 TSMC가 앞선다. 스마트폰 시장도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 등과의 경쟁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Z폴드6와 갤럭시Z플립6의 판매 실적은 전작과 비교해 성적이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별 실적은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