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문제 해결 위해 '실질적 오너' 불러세워야"
여야 의원들 한 목소리
24일 종합감사에도 출석 불응 시 고발조치 및 청문회 추진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연합뉴스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은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해 비판하고, 별도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환경부 국감에서는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과 중대재해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장 고문이 고령과 건강 문제, 해외 출장 등을 사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장형진 고문이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본인이 고령과 질병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라면서 영풍의 경영에도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며 "본인이 건강이 좋지 않고 기업의 경영권이 없다면서 이번 해외 출장 업무는 꼭 본인이 필요하다고 사유서를 제출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의 존립을 위해 장 고문 본인이 꼭 출장을 가야한다고 사유서에 썼는데, 이게 실질적 오너란 의미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8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들어 보이며 장 고문 측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8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들어 보이며 장 고문 측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지난 10년간 70여 차례 이상 법령을 위반했다. 그런데도 또 다시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된 사실이 밝혀졌고 연달아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재해도 발생해 대표이사와 제련소장이 구속됐다"면서 "그동안 환노위는 석포제련소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차례 질의하고 증인 심문까지 했으나 매번 실질적 오너가 아닌 대표이사, 제련소장이 출석하면서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석포제련소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이번에도 허수아비 사장을 불러세운다면 석포제련소 문제는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일본에서 여기까지 2시간 밖에 안 걸리는데 국민을 대신해 여야가 합의해 채택한 국감 증인을 피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오는 24일 환경부 종합감사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장 발부를 포함해 고발 조치까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서 장 고문이 출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장형진 고문 측이 제출한 일본 출장 항공표를 제시하며 도피성 출장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장형진 고문 측이 제출한 일본 출장 항공표를 제시하며 도피성 출장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 고문 측이 제출한 일본 출장 항공표를 제시하며 장 고문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감 증인 채택 의결 날짜가 9월 30일인데 장 고문은 전날인 29일 오후 3시에 출국했고 돌아오는 항공편은 10월 31일로 되어 있다"며 "누가 봐도 국감 출석을 거부하고 고의적으로 출석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도 장 고문의 해외 출장 일정과 관련해 "도피성 출장이 분명해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심지어 장 고문은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유와 건강 문제를 거론하며 진단서도 제출했다"며 "그러나 회사의 대표이사가 구속된 상황에서 건강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달 넘게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본인 외에는 출장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고 밝힌 것을 보면 여전히 장 고문을 영풍의 최고경영책임자로 볼 수밖에 없다. 경영을 하기에 건강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오는 24일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장 고문이 증인으로 다시 출석하도록 의결하고 출석 불응 시 고발 조치 등 법적제재를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국감 이후라도 장 고문을 대상으로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잇따른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9개월간 3명의 근로자가 숨진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9월에도 기준치를 초과한 카드뮴이 배출됐다.

임이자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대구지방환경청의 지난 9월 30일 수시 검사에서 석포제련소 혼합시설 3곳에서 기준치를 넘는 카드뮴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 사실이 적발됐다.

카드뮴은 1군 발암물질로 석포제련소와 같은 시설은 대기로 배출이 허용되는 양이 '0.1mg/S㎥(표준세제곱미터) 이하'이다. 그러나 지난달 석포제련소 혼합시설 배출량 측정값은 0.189~1.013mg/S㎥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석포제련소에 개선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