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을 둘러싼 소비자의 궁금증 3가지
실손의료보험은 2022년 말 기준 약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매년 최소 1억 건의 청구가 이뤄진다. 그러나 여전히 보험은 어렵다. 궁금증도 많다. 제도가 바뀌면 더더욱 그렇다.

“실손보험료만 20만원 가까이 내고 있는데 4세대 전환이 유리할지”, “병원에서 직접 서류 떼지 않아도 자동으로 실손 청구해 주는 병원이 어딘지”, “아이가 말이 느려 치료받고 있는데 갑자기 보험료 지급이 중단된 이유가 뭔지”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1. 4세대 실손은 정말 소비자에게 이득일까

40대 주부 A 씨는 과거 실손보험에 들었다가 암보험에 별도로 가입하기 위해 최근 지인의 추천을 받은 보험설계사와 상담을 했다. 설계사는 “암보험에 실손보험과 중복으로 보장되는 부분이 있다”며 “중복된 항목을 뺀 저렴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라”고 권했다. A 씨는 솔깃했다. 병원은 잘 가지도 않고 보험료만 내는데 2만원씩 냈던 돈이 5만원이 되더니 올해부터는 10만원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들 “실손보험은 과거 상품이 더 좋다”고 입을 모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A 씨는 고민에 빠졌다.

3~5년마다 찾아오는 실손보험료 갱신. 고물가와 높은 이자에 시달리는 중년층에겐 부담이다. 가입자 연령이 높아지면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위험률이 높아져 보험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1~4세대로 나뉜다. 1~3세대 가입자들은 보험 상담을 하다보면 4세대 실손보험 안내를 한 번쯤 받아봤을 것이다. 한동안 프로모션으로 가입 후 1년간 보험료 50% 할인해 준다는 말에 솔깃해 전환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1~3세대 가입자들이 4세대 전환을 고려한다면 현재 본인의 나이대, 비급여 의료 이용량, 갱신, 만기, 주요 보장 내용 등을 고려해 유불리를 따져보는 것이 좋다. 40·50대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더 자주 갈 수 있는 만큼 자기부담금이 적은 기존 보험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보험료가 계속 오를 수 있어 비용 부담은 고려해야 한다.

4세대는 2021년 7월부터 판매 중이다. 가입 비중(손해보험사 보유계약 기준)은 9%다. 과거 실손 대비 보험료가 저렴하다. 1세대 상품과 비교하면 약 75% 싸다. 대신 보장은 축소됐다. 예컨대 동네 병원에서 진료비 8만원(급여 3만원+비급여 5만원)이 나왔다면 1세대는 대부분을 보장받지만 4세대는 통원 자기부담금(급여 1만원+비급여 3만원)을 제외한 4만원을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병원을 자주 다닐 경우 보험료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비급여 의료 이용량만큼 실손보험료를 차등 부과하는 제도가 올해 7월부터 시행됐다. 불필요하게 비급여 진료를 남용하면 납입 보험료가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초 계약 때 비급여 보험료로 7500원을 납부한 가입자가 비급여 보험금으로 130만원을 받았다면 2024년 8월 1일부터 비급여 보험료가 100% 할증된다. 1만5000원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1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는다면 할증 전 비급여 보험료(7500원)를 기준으로 5%의 보험료가 할인돼 2025년 8월 1일부터 7150원을 납부하면 된다. 비급여 보험금 수령액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 할인·할증이 적용되지 않는다.

보장 범위는 기존 상품 대비 다양하다. 난임·불임 치료와 선천성 뇌 질환, 여드름을 포함한 피부질환,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 등 항목도 급여에 해당하는 경우 일부 보장한다.

‘구 실손’으로 불리는 1세대는 2003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상품이다. 전체 가입자의 약 24% 정도가 가입해 있다. 이 시기의 상품은 각 보험회사별로 약관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큰 특징은 입원에 대해서 대체로 자기부담금이 없다. 만기가 80세 또는 100세고, 갱신주기는 3년 또는 5년으로 만기와 갱신주기가 가장 길다. 보험료 인상 주기가 길수록 소비자는 부담이 덜한다.

다만 보상 대상에 있어서는 오히려 4세대가 1세대보다 확대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1세대에서는 대체로 한방치료가 입원만, 치과치료는 상해만 보상됐다면 2세대부터는 입·통원, 상해·질병 모두 국민건강보험상 급여는 보상한다. 통원 한방치료비와 질병으로 인한 치과치료비도 급여 부분은 보상된다는 얘기다.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는 가입자가 전체의 약 42% 정도로 가장 많다. 이때부터 표준약관이 만들어져 모든 보험회사의 실손보험 약관이 동일하다. 처음으로 자기부담금 10%가 생겼다. 100세 만기, 3년 갱신 상품으로 판매됐고 2013년 4월부터는 15년 만기, 1년 갱신 상품이 판매됐다.

2세대는 2016년 1월 일부 변경이 있었는데, 우선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에서의 본인이 부담한 비용에 대한 보상범위를 40%에서 80%로 확대했다. 1세대와 2015년 12월까지의 2세대 상품은 40%까지만 보상했다.

비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면서 발생한 응급의료관리료를 1세대에서는 보상받았지만 2016년 1월(상급종합병원 응급실)부터는 못 받았다.

‘신실손’으로 불리는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상품이다. 총 가입자 중 약 25%가 가입하고 있다. 비급여 도수치료, 비급여 MRI, 비급여 주사료 등은 2세대까지는 기본 보상항목에 포함돼 있었지만 3세대부터는 특약을 가입해야 보상이 가능해졌다. 보험료를 절약하기 위해 이 특약만을 가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보상 범위에 대해서는 불임 관련 질환과 선천성 뇌질환 등을 제외하고는 현재 4세대와 큰 차이가 없다.

3·4세대 실손보험은 매년 인상된다. 4세대는 만기가 5년으로 짧아졌다.
실손보험을 둘러싼 소비자의 궁금증 3가지
2.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병원 어디?

“연로하신 부모님 혼자선 병원에서 실손 청구를 위한 서류를 발급받는 것도, 이 서류를 팩스나 PC·스마트폰으로 보내는 것도 어려워요. 제가 도와드리지 못할 땐 그냥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30대 직장인 B 씨)

진료받은 환자가 일일이 서류를 챙겨 오프라인으로 제출하거나 사진을 찍어 보험사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청구할 필요가 없어진다. 10월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전산화 자동신청)가 시작된다. 올해는 30병상 이상 병원과 보건소에 간소화를 우선 적용하고 내년 10월 25일부터는 의원과 약국까지도 포함시킨다.

실손 청구 간소화 시스템은 병의원이 환자 각각의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전송 대행 기관인 보험개발원을 통해 보험사에 전자적 방식으로 전송하는 체계다. 병원에서 보험사로 실손 청구 관련 서류가 전달되기 때문에 환자는 종이 서류를 직접 떼서 전송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병원은 서류 발급 업무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

정부 당국과 보험개발원은 네이버 등 디지털 지도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에서 실손 청구 간소화가 가능한 병원이 PC나 스마트폰에 표출되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간소화 대상 전체 의료기관 4235곳(보건소 제외) 중 291곳만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참여 병원이 적은 만큼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 제공 병원이 디지털 지도에 나오면 가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정보기술(IT) 역량을 갖춘 47개(참여 대상 47개) 상급종합병원이 전산화에 참여했다. 소규모 병원은 자체적으로 간소화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기 어려운 터라 진료 차트나 영상 기록 등을 전산화해 관리해주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국내 55개 EMR 업체 중 30개사 정도만 참여를 확정한 상태다. 그동안 EMR 업체와 보험업계 간 비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EMR 업체와 병원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 보험업법에 명시된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비용 부담 주체는 의료계나 EMR 업체가 아닌 보험사다.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실손 가입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보험금은 2021년 2559억원, 2022년 2512억원, 2023년 3211억원으로 추정된다.

3. 마스크 써서 말 느린 아이, 실손 보장 안 되나요?

2020년생 딸을 둔 C 씨는 지난해 초 아이가 말이 느린 것 같아 고민하다 소아과를 찾았다. 언어검사 후 병원 부설 발달센터에서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받았다. 각각 회당 5만원 이상의 부담스러운 비용이었지만 아이의 실손보험을 믿고 치료를 꾸준히 진행했다. 몇 개월 후 보험사로부터 당황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놀이치료는 더 이상 보험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영유아 발달지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한 관련 보험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어린이보험 점유율 1위인 현대해상이 지급한 발달지연 관련 실손 지급액은 2020년 219억원에서 2023년 956억원으로 뛰었다.

보상 규모가 커지자 보험업계는 의료행위 자격을 문제 삼았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해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 음악치료사 등 민간치료사의 발달지연 아동 치료는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해상은 일부 병의원의 과잉 진료와 브로커를 동반한 보험사기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법에 따라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이 직접 치료하는 의료행위와 민간자격자의 치료행위는 다르다는 게 보험사의 입장이다. 민간자격자의 치료행위는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한 치료비를 보상하는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발달지연 아동의 부모들은 보험사의 통보에 일단 어쩔 수 없이 수긍하고 있지만 거세게 반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발달지연은 언어·대근육·소근육·사회성 등에 대한 유기적 치료가 중요한데 보험사가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보장을 줄였다고 비판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달지연 아동과 관련해 실손보험금 부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대폭 증가했다. 2021년 금융감독원에 접수돼 처리된 발달지연 아동 관련 분쟁 건수는 6건이었으나 2022년 143건, 2023년 129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66건이 접수됐다.
실손보험을 둘러싼 소비자의 궁금증 3가지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