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체 건물들.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체 건물들. 사진=한국경제신문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의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저평가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1일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협은 2000년 이후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고 시총과 자산이 10억달러(약 13조원) 이상인 미국 상장사 970개사를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여부에 따른 기업가치를 분석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 실패한 기업은 각각 549개사, 421개사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들은 단기간에는 기업가치가 일부 개선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캠페인이 실패한 기업들 가치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캠페인 성공 시 3년 이내에는 해당 기업들 가치는 83.9%에서 85.3%로 상승했다. 이 기간 기업가치가 1.4%포인트만큼 개선되고 저평가도 일부 해소됐다

그러나 캠페인 성공 4년 이후에는 기업가치가 다시 2.4%포인트 하락한 82.9%를 기록하며 저평가가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은 "결국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이후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1%포인트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단기적으로는 성공 1년 전부터 1년 후 약 2년간 고용은 평균 3.0%, 자본적 지출은 평균 10.7% 감소했다.

장기적으로는 각각 5.6%, 8.4% 낮아졌다. 배당은 단기에는 평균 14.9%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캠페인 성공 이전 수준으로 줄었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만큼,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규제(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활동은 최근 이어진 지배구조 규제 정책의 강화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한국 대상 기업의 개수는 2017년 3개에서 지난해 77개로 최근 5년 사이에 9.6배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할 경우 행동주의 캠페인 활성화와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한경협은 전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