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관리자들…성과주의 사라지나
신세계, 지난해 파격 인사 단행하며 대폭 물갈이
올해 안정 기조 예상했으나 실적 부진
롯데 유통부문, 실적 악화하며 위기감 커져
문책성 인사 가능성↑…그룹 전체가 '비상경영'
다만, 올해 인사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대표이사 25명 가운데 9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SSM) △이마트24(편의점) △조선호텔 △스타벅스 등 6개 핵심 계열사 중 스타벅스를 제외한 5개 대표를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도 지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교체하는 수시 인사를 하면서 이번 정기 인사는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급 인사와 별개로 임원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재계 전체가 조직 개편과 임원 감축을 예고하며 고강도 인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세계 역시 임원 승진 폭은 크지 않고, 전체 규모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세계 인사의 핵심은 '성과주의'다. 문제는 성과를 낸 계열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기준 이마트의 매출은 14조26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이 0.1%도 안 된다는 의미다.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등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되며 긍정적인 성과를 냈지만 SSG닷컴, G마켓, 이마트24 등은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계열사 모두 이미 대표가 교체된 상태다.
백화점 계열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백화점은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면세점은 여행객수가 회복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영업이익 158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24.5% 감소한 수치다. 신세계면세점은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가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으나 코로나19 타격과 면세업황의 악화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패션과 뷰티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규 라이언스를 확보하며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으나 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영국 브랜드 버버리 등을 거친 윌리엄김 대표가 2023년부터 총괄하고 있으나 주요 명품 브랜드의 공백을 메울 대체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 비상경영 고삐 죄는 롯데…문책인사 있을까롯데는 다르다. 롯데는 지난해 '안정'을 택하면서 변화를 크게 주지 않았다. 당시 유통부문 3인 대표체제를 유지하면서 백화점 사업을 총괄해온 정준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사업 경쟁력을 주도할 글로벌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사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으나 올해는 그룹의 비상경영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유통부문의 3인 대표는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 모두 유임에 성공했다.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이자 롯데쇼핑의 대표이사인 김상현 부회장은 2021년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의 순혈주의를 깨고 유통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22년 7월 "롯데가 유통 1번지이자 고객들의 첫 쇼핑목적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 롯데쇼핑의 경쟁력은 쿠팡, 신세계 등에 밀리면서 약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743억원에서 68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한 이후 30년을 '신세계맨'으로 살아온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의 성과도 미미하다.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1조59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2.1% 감소한 1520억원에 그쳤다. 롯데백화점은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많은 32개의 점포를 보유하면서도 뒤처지고 있다.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의 별도 영업이익은 1955억원, 현대백화점은 1741억원이다.
강성현 대표가 이끄는 마트와 슈퍼 부문은 실적이 개선됐다. 올 상반기 롯데마트·슈퍼 부문의 매출은 2조6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75억원에서 243억원으로 38.7% 늘었다.
롯데 유통부문의 가장 큰 문제는 '이커머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리며 2020년 출범한 '롯데온'은 이효리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확대했지만 굳혀진 쿠팡 체제에서 신규 고객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
롯데온은 출범 3년간 대표를 3번 교체했다. 출범 초기 롯데온을 이끈 조영제 대표를 거쳐 나영호 대표가 2021년 새 대표로 올랐지만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이 자리는 박익진 대표가 차지했다. 올 상반기 롯데 이커머스 사업부문의 매출은 576억원, 영업적자는 4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비슷한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심지어 적자 규모는 더 확대되고 있다.
하이마트, 컬처웍스의 분위기도 부정적이다. 남창희 대표가 이끄는 롯데하이마트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4.7% 감소한 1조1144억원에 그쳤다. 영업적자는 133억원이다. 남 대표는 2022년 정기 인사에서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올라서며 2년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의 매출은 2292억원, 영업이익은 73억원이다.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CJ 출신의 최병환 대표가 3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희망퇴직을 받는 등 비상경영까지 선언할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면세점을 이끄는 김주남 대표는 2022년 말 정기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가 됐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임됐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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