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파르나스호텔, 최적의 타이밍에 증시 데뷔[안재광의 대기만성's]
요즘 소비 침체를 넘어 소비 절벽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돈을 잘 안 쓰고 있죠. 그런데 유독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호텔입니다. 호텔 객실료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데도 요즘 서울 시내 호텔 객실이 거의 ‘만실’에 가깝다고 합니다.
이런 와중에 국내 굴지의 호텔이 증시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GS P&L이란 회사인데요. 이름만 들어선 생소할 겁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은 많이들 아실 텐데요. 바로 이 호텔을 소유한 파르나스호텔입니다. GS P&L은 중간 지주사이고 그 밑에 파르나스호텔이 있는데요. 사실상 파르나스호텔이 상장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파르나스호텔의 역사, 그리고 최근 호텔산업 현황까지 살펴봤습니다.
◆88 올림픽 때 설립

GS P&L은 GS리테일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원래 호텔 사업은 GS리테일 안에 자회사 형태로 있었는데요. GS리테일을 유통 사업과 호텔 사업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생겼습니다. GS리테일 최대주주인 지주사 GS는 GS리테일 지분 57.9%에 더해 GS P&L 57.9%를 추가로 보유하게 됩니다.이렇게 하면 호텔 사업을 지주사 직속으로 갖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GS리테일뿐 아니라 GS P&L이란 상장사도 하나 더 생기기도 하고요.

GS P&L, 사실상 파르나스호텔인 이 법인은 과거에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호텔이죠. 과거에 서울의 대형 호텔인 롯데, 신라, 웨스틴조선 같은 곳이 강북에 주로 몰려 있었는데요.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맞춰 당시 인터컨티넨탈이란 이름으로 시작했어요. 지금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입니다. 또 같은 코엑스 단지의 반대편 봉은사 쪽에도 호텔이 하나 더 있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입니다. 이 호텔은 현재 리모델링 중인데, 메리어트 계열의 웨스틴 브랜드를 쓸 예정이고요. 이 호텔들은 자가 빌딩입니다. 그런데 건물을 빌려서 호텔 장사만 따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나인트리’란 이름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 호텔이 그런데요. 서울 명동과 인사동, 동대문, 판교 등지에 있습니다. 제주 중문단지에 있는 파르나스 제주도 임차 형태입니다. 여기에 오피스 빌딩인 파르나스타워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죠. 강남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빌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르나스호텔을 처음 세운 건 한국무역협회였습니다. 법인명도 예전엔 한무개발이었습니다. 한무는 ‘한국무역협회’의 줄임말이죠. 무역협회는 호텔 운영 경험이 없어서 글로벌 호텔 체인인 인터컨티넨탈 호텔그룹에 위탁경영을 맡겼습니다. 또 사업 파트너로 LG그룹을 끌어들였어요.

참고로 무역협회는 호텔뿐만 아니라 코엑스 전시관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코엑스몰, 아셈타워 등을 아우르는 복합 타운으로 이 일대를 개발했습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법인명은 아직도 한무쇼핑이죠.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자회사이고 무역협회가 2대주주입니다. 비슷하게 파르나스호텔의 2대주주도 무역협회이고요.

LG가 파르나스호텔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건 1998년의 일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한무개발 지분 18.5%를 LG건설이 추가로 인수해서 과반을 확보합니다. 당시 무역협회 회장이 LG의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아들 구평회 회장이었습니다.

파르나스호텔은 2003년에 GS가 LG로부터 계열분리 할 때 GS 계열사로 편입된 것인데요. LG건설이 GS건설이 됐거든요. 계열분리 10여 년 만인 2014년에 파르나스호텔을 매물로 내놓게 됩니다. GS건설이 중동에서 저가 수주한 공사가 문제가 돼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빚을 갚고 재무 개선에 나서기로 한 겁니다. 파르나스호텔은 ‘당연히’ 비핵심 자산에 속했고요. 사모펀드 IMM가 사기로 원래 했었어요. 그런데 계약서에 도장 찍기 직전에 큰 사건이 하나 발생합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맞은편에 한국전력 부지가 무려 10조5500억원에 팔린 겁니다. 이걸 인수한 현대자동차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개발을 못 하고 있긴 하지만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됐습니다. 이걸 본 GS건설이 IMM에 파는 게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급히 계열사 간 거래로 방향을 선회합니다. 이때 부랴부랴 나선 게 GS리테일이었어요.

GS리테일은 당시 급성장하는 회사였습니다. 편의점 GS25와 GS슈퍼 같은 유통사업이 엄청나게 잘될 때라 현금이 두둑하게 쌓여 있었어요. 매각액은 7600억원이었습니다. 이걸 GS리테일이 살 때만 해도 GS리테일 주주들의 반발이 상당했어요. GS건설 지원용으로 호텔을 떠안은 것이라고 여겨졌거든요.

하지만 파르나스호텔은 GS리테일에 엄청난 ‘효자사업’이 됩니다. 호텔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실적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죠. 2015년에 2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4800억원까지 불었고요. 영업이익도 기존 145억원에서 1031억원으로 급격히 커집니다.
GS 파르나스호텔, 최적의 타이밍에 증시 데뷔[안재광의 대기만성's]
◆국내 호텔, 역대급 슈퍼 호황

상장하는 타이밍도 잘 잡았는데요. 요즘 호텔산업이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초호황기를 맞고 있거든요.

국내 주요 호텔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억눌렸던 여행, 출장 수요가 폭증한 영향이었는데요. 올해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 무색하게 성장세가 더 가파릅니다. 장사가 잘돼서 객실료를 계속 올리는데, 그래도 객실이 거의 다 차고 있습니다. 예컨대 포시즌스 서울의 평균 객실료가 지난 10월 사상 처음으로 80만원을 넘겼습니다. 이 호텔의 작년 연평균 객실료는 60만원대였어요. 이런 식으로 서울 잠실 시그니엘, 서울 강남의 조선팰리스 같은 럭셔리 호텔이 전부 객실료를 20% 안팎 올렸습니다. 그럼에도 올 들어 10월, 11월 객실 점유율이 8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호텔들이 호황인 건 외국인 방문객이 늘어나서 그렇죠. 올 들어 10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1374만명이었어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4% 증가한 것인데요. ‘코로나 사태’ 발생 직전 연도인 2019년 수준과 비교하면 94%가량 됩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거의 돌아갔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특히 소비력이 높은 북미와 중동 방문객이 급증했는데요. 2019년을 100으로 놓고 비교하면 북미는 112, 중동은 115에 달합니다. 중국인이 80가량으로 아직 회복이 덜 됐는데, 중국인의 빈자리를 북미와 중동이 채워주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중국인 관광객은 저가의 단체 패키지가 많아 숫자는 커도 매출을 많이 올려주진 않는데요. 호텔 입장에선 중국인 패키지에 덤핑으로 싸게 객실을 파는 것보다는 북미와 중동 국가 관광객과 출장자를 상대로 비싸게 파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요즘은 내국인도 호텔을 많이 찾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 이후에 내국인, 그러니까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이 폭증했는데요. 요즘 그 숫자가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월간 기준으로 올 1월에 277만 명을 찍은 뒤에 10월 238만 명까지 떨어졌어요. 물론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기 때문에 월별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요. 그럼에도 해외 여행객의 증가폭이 둔화된 건 사실인 듯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올 4분기 들어 1400원을 넘나들고 있어서 환율 부담이 커진 게 주된 이유 같습니다. 최근엔 엔저 현상도 한풀 꺾여서 100엔당 900원대 중반까지 올랐어요. 이런 상황에서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일부 내국인이 국내 여행으로 틀어서 호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호텔 업계에선 보고 있습니다.

GS P&L 상장은 한국 증시에 제대로 된 호텔 상장사가 생긴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기존 상장사인 호텔신라는 이름과 다르게 면세점이 주력이고요. 파라다이스, 강원랜드 같은 곳은 호텔보다 카지노 비중이 훨씬 높죠. 또 아난티, 모나용평은 리조트 분양과 운영을 해서 호텔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서울 용산의 드래곤시티를 보유한 서부T&D가 가장 호텔다운 상장사인데요. 이 회사는 호텔을 더 확장할 계획이 아직은 없고, 다른 용도의 부동산 개발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호텔사업만으로 GS P&L이 증시에서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네요.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