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대전협 “대통령 물러나라” 촉구
여론 악화에 의료개혁 특위는 존폐 위기
계엄사령부가 낸 포고령 1호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의협에서 해당 문구를 명시한 당사자를 찾아 책임을 묻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자신을 왕이라고 생각해 행동하는 대통령은 끌어내려야 한다”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처단한다는 말이 국민을 향해 쓸 수 있는 말이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망상에 기초해 난데없이 전공의와 의료인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전복 세력과 동급으로 취급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불법적 법 집행에 따르더라도 이미 5개월 전 전공의 사직이 완료돼 이제 사직 전공의들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직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서 계엄령에 따르더라도 사직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이탈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11월 13일 박 위원장 당선과 함께 꾸려진 의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 사태의 핵심 저항 집단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여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향후 정부와 협상에서 의사집단을 아우르는 단일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령 문구로 인해 오히려 대화의 문은 사실상 닫힌 상태다.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선포했으며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내세우며 위협했다”며 “반민주적인 계엄을 실행한 독재정권과 대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공동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의대생 증원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개혁 정책 전반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의료개혁 특위) 존립 자체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병협)는 같은 날 상임위원회를 통해 특위 참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병협이 추천한 신응진 순천향대 중앙의료원 특임원장 등이 의료개혁 특위 위원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한데 이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더 이상 참여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병협은 입장문에서 “전공의를 마치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을 쓴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계엄령과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령 포고령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가 없애야 할 처치 대상이나 치워야 할 처단 대상인가”라고 질문하자 조 장관은 “대화와 설득, 착실한 의료개혁을 통해 복귀를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배치가 된다”면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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