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헌법재판관 임명' 대치
여야가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 임명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7일 독립적 헌법 기구인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임명은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기 전까지 재판관 임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이 황교안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한 전례를 거론하면서 현재 헌법재판관 공석 사태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반면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 주체는 국회고 권한대행은 임명장에 결재 절차만 밟는 수동적 역할을 하는 만큼 한 권한대행의 임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반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은 임명 절차만 진행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직무 정지 시 권한대행이 임명을 못 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관 추천 주체를 놓고도 맞서고 있다.

국회는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자에 대한 추천을 이미 마쳤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 후보로 조한창(59·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55·27기)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61·29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기존 여당 1명·야당 1명·여야 합의 1명으로 3명을 추천하던 관례와 달리 여당 1명·야당 2명 구도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요한 판결을 앞두고 야당이 일방적으로 2명을 추천해 임명하는 것은 매우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미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 합의가 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헌재의 탄핵안 인용을 전제로 조기 대선 시기의 유불리를 따지는 여야의 이해득실 계산이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형량이 확정되는 시점 이전에 대선을 치르고 싶어 하는 야당과,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을 최대한 피하고 대선까지 시간을 벌어야 할 필요가 있는 여당의 속셈이 충돌한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현재의 '헌법재판관 6인 체제'에서는 6명 전원이 만장일치가 되지 않는 한 결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6명 전원 탄핵에 찬성하는 경우라면 추후 선임되는 재판관의 의견과 관계없이 탄핵 결론이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찬반이 5대 1이나 4대 2, 3대 3으로 나뉘는 경우에는 뒤이어 선임되는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탄핵 여부가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여야 대치 상황이 길어진다면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단독 의결하고 한 권한대행이 임명을 미룰 경우에는 '탄핵 카드'까지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