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안에 트럼프 리스크 덮친 한국 경제
국내 기업들 ‘퍼펙트 스톰’ 대비해야
2024년 12월 30일 종가 기준 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72.5원을 기록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 1483.5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2399.49에 장을 마치며 24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6개월 연속 하락 마감한 것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장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24년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기존 4.5~4.75%였던 기준금리에 대해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폭은 시장의 예상과 일치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과 FOMC 위원들의 점도표를 보면 이전보다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색채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달라진 공기를 느낄 수 있다.
2025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에서 2.1%로 소폭 상향되고 소비자물가지수 전망치도 2.1%에서 2.5%로 상승 조정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 후 관세 관련 대외정책의 대상과 강도가 예상보다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감세 정책에 따라 보전해야 할 세수 결손과 관세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완화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지출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상향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선거 공약으로 주장했던 3%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도 엄청난 증액을 대선 전에 주장했다. 2026년 적용될 금액의 9배 수준인 100억 달러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다원화된 전략을 철저하고 세심하게 준비해 협상에 임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월 16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국 혼란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경기 위축 심리를 상쇄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지만 Fed가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경우 강달러가 지속되고 원화 약세가 이어져 환율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추면 미 금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짐에 따라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추가적인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을사년을 맞이하는 기업들은 내수 침체와 고환율 장기화, 각종 반시장적 규제 심화, 노사분규 심화, 대외적인 무역장벽의 파고, 그리고 정치적 리스크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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