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지난해 주가 하락 여파로 국내 대기업 집단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251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그룹은 시총이 43조원 넘게 늘며 시총 순위 10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4년 지정된 대기업집단 88곳 중 상장 계열사가 있는 79곳을 대상으로 시가총액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시총 합계액은 2023년 말 1902조3093억원에서 2024년 말 1651조6772억원으로 250조6321억원(13.2%) 감소했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의 시총 감소액이 가장 컸다. 삼성그룹의 시총은 2023년 말 710조801억원에서 지난해 말 543조3305억원으로 166조7496억원(23.5%) 줄었다.

삼성전자의 시총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년 새 165조9297억원(31.9%) 감소했고, 삼성SDI(15조5996억원·47.5%), 삼성물산(3조6585억원·15.1%), 삼성SDS(3조2653억원·24.8%) 등도 시총이 크게 줄었다.

감소율 면에서는 에코프로의 시총이 60.2%(35조7773억원) 감소해 가장 컸다. 포스코도 54.7%(51조3751억원) 줄었다. 포스코는 철강과 이차전지 등 주력 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시총이 반토막 나면서 순위도 5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대기업 집단 시가총액 감소 규모 상위 기업 5곳. 자료=CEO스코어
대기업 집단 시가총액 감소 규모 상위 기업 5곳. 자료=CEO스코어
대기업집단 시가총액 증가 규모 상위 5곳. 자료=CEO스코어
대기업집단 시가총액 증가 규모 상위 5곳. 자료=CEO스코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그룹 시총이 68.5%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3곳(금호건설·아시아나IDT·에어부산)의 시총도 전년 대비 34.4%(2647억원) 줄었다.

반면, HD현대그룹의 시가총액은 1년 새 40조원 넘게 증가했다. HD현대그룹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2023년 말 34조3150억원에서 지난해 말 77조6695억원으로 43조3545억원(126.3%) 증가했다. 대기업 집단 중 유일하게 배 이상 증가했다. 시총 순위도 2023년 말 10위에서 2024년 말 5위로 올라섰다.

이는 조선업 호황과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HD현대중공업(14조705억원·122.9%), HD현대일렉트릭(10조8069억원·364.7%), HD한국조선해양(7조5798억원·88.6%) 등 주요 계열사의 시총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또 HD현대마린솔루션(신규 상장)과 HD현대마린엔진(전 STX중공업)을 신규로 추가한 영향도 있다.
경기도 판교 HD현대 글로벌 R&D센터(GRC) 전경. 사진=HD현대 제공
경기도 판교 HD현대 글로벌 R&D센터(GRC) 전경. 사진=HD현대 제공
SK그룹(21조4127억원·11.8%)과 한화그룹(12조3133억원·40.0%)도 시가총액이 1년 새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시총 증가액 1위를 기록했다. 1년 새 시총이 23조5873억원(22.9%) 증가하며 회사의 시가총액 증가를 견인했다.

이 때문에 SK그룹과 LG그룹의 시총 순위에도 변동이 생겼다. SK그룹은 시총이 21조4127억원(11.8%) 증가하며 2위로 올라섰다.

LG그룹은 시총이 45조3758억원(23.9%) 감소하며 3위로 밀렸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업황 부진으로 시총이 각각 18조7477억원(49.8%), 18조6030억원(18.6%) 쪼그라들었다.

한화는 2023년 말 시총 순위 11위에서 2024년 말 7위로 상승하며 ‘톱10’에 진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위산업이 탄력을 받은 덕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년 새 시총이 8조5788억원(136.1%) 늘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