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포스트는 최근 “Z세대가 봉제 인형에 집착해 종류별로 수집하고, 한정판 제품에 거액을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인형을 키링처럼 가방에 부착하거나 친구들과 젤리캣 교환식을 여는 등 독특한 문화까지 생겨났다.
특히 젤리캣이라는 봉제 인형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젤리캣은 1999년 런던에서 설립된 장난감 회사로, 동물, 과일, 디저트 등 다양한 모양의 인형을 제작한다. 그중 웃는 얼굴의 ‘아뮤저블’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Jellycat 키워드를 단 게시글은 틱톡에서 21만 개, 인스타그램에서 82만 개를 넘어섰으며, 관련 영상 조회수는 수십억 회에 달한다. 팬들은 자신이 보유한 젤리캣 인형을 자랑하며 소통하고 있다.
런던에 거주하는 앤드루 엘리엇(25세)은 가디언에 “젤리캣 인형은 내가 꼭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유일한 물건”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수집가 클로이 데이(25세)는 “어른이 인형을 수집한다고 하면 부끄러울 수 있지만, 틱톡에서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보면 그런 마음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젤리캣은 2022년 한 해 2억 파운드(약 3,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해외 매출은 2013년에서 2022년 사이에 약 8배 증가했으며, 2021년과 2022년 사이에는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키덜트가 증가하는 추세와 일치한다. 키덜트는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린이용 콘텐츠나 제품을 즐기는 성인을 지칭한다.
젤리캣은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 내 생선튀김 매장이나 고급 프랑스 페이스트리를 판매하는 빵집 콘셉트의 매장 등, 이른바 ‘젤리캣 다이너’를 선보이고 있다. 뉴욕의 FAO 슈워츠는 팬케이크와 와플, 베이글 모양의 젤리캣을 프라이팬에 담아 판매하며,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젤리캣 다이너 직원 테일러 세일스먼(21세)은 “대학에 가고, 직장을 잡고, 가족을 꾸리는 동시에 봉제 인형을 사랑할 수 있다”며 “지금 세대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세대에서는 어린아이 같은 본질이 너무 빨리 사라져 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젤리캣 인형은 작은 크기 기준 20달러에서 큰 것은 100달러 이상에 이른다.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은 빠르게 판매된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젤리캣 제품은 출시 며칠 만에 동이 나는 경우가 많고, 일부 단종된 제품은 개인 간 거래에서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젤리캣 애호가 아리아 바보우는 2,700개의 젤리캣 인형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하나는 전시용이고, 하나는 백업용”이라며 같은 제품을 두 개씩 구매한다고 말했다. 또 “젤리캣은 주식과 같다”며 인기가 많을 때 인형을 판매하기도 한다고도 전했다.
일부 희귀한 젤리캣 제품은 이베이에서 수백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큰 아이스크림콘 모양의 인형은 1,200달러(약 175만 원), 뉴욕 한정 출시 프레즐 키링은 999달러(약 145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틱톡 크리에이터 메기는 “지금까지 산 젤리캣 중 가장 비싼 것은 600달러가 넘는다”며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젤리캣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봉제 인형 산업 전반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2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봉제 인형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할 전망이다. 서카나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봉제 인형은 영국 장난감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카테고리"라며 "2021년 이후 매출이 약 58%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자 워런 버핏은 2022년 미국 봉제 인형 스퀴시멜로를 보유한 재즈웨어의 모회사를 115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재즈웨어의 2021년 한 해 매출은 1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그중 약 40%가 스퀴시멜로에서 나왔으며, 인형 판매량은 1억 개를 돌파했다. 워런 버핏은 이메일 성명에 ‘재즈웨어는 보석과도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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