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 LG전자 세탁기 공장. 사진=한국경제신문
미국 테네시주 LG전자 세탁기 공장. 사진=한국경제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외국산 반도체, 의약품,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콘퍼런스에서 "외국 생산자는 이 나라의 성장이나 발전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며 해외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경우 감세 혜택을 받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의약품, 반도체,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지난 임기때 한국산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했던 사례를 콕 집어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세탁기와 건조기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오하이오에서 이들을 제조하는 회사들을 모두 잃었을 것"이라며 "한국은 세탁기와 다른 제품들을 덤핑하고 있었다. 우리는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75%, 100%까지 올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바로 여기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만 한다. 내가 없는 동안 현재 한국산 세탁기는 번창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지난 2018년 1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제작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 물량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세이프가드는 2023년 2월 종료됐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한국산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 전반에 걸쳐 높은 관세가 다시 부과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해놓은 만큼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현지 생산 확대 등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 군사용으로 필요한 물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생산을 미국으로 다시 옮기기 위해 희토류 광물을 환경친화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의 빅테크보다 경쟁력있는 챗봇을 출시한 것에 대해서는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어 "(딥시크 챗봇 등장이) 미국의 산업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딥시크는 지난해 말부터 초거대언어모델(LLM) AI ‘딥시크 V3’와 AI 추론 모델 ‘딥시크 R1’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오픈AI나 메타의 AI 성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딥시크는 600만 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두달 만에 해당 모델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언어모델 훈련에 투입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이 강력히 추진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에 비협조한 콜롬비아에 즉각적인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점을 언급하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협조하지 않으면) 그들은 매우 높은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우리는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제재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