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사이트]
나이키 ‘알파플라이’ 이미지. 사진=나이키
나이키 ‘알파플라이’ 이미지. 사진=나이키
“너 자신을 알라.” 사람들에게는 소크라테스의 격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고대 그리스 델포이 신전에 새겨져 있던 문구로 소크라테스가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며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짧은 격언 안에 현재의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야 더 나은 미래의 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 브랜드 역시 그렇다. 현재 브랜드가 처한 상황을 명확하게 진단해야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브랜드 진단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론은 내부·외부, 현재·미래의 4개 관점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진단하는 것이다.
내부·현재 관점
브랜드의 신뢰성을 보증하는 브랜드의 역량


내부·현재 관점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은 브랜드의 현재 역량이다. 우리 브랜드가 비즈니스상에서 경쟁 브랜드 대비 지니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지, 경쟁 브랜드 대비 보유하고 있는 차별적인 이미지는 무엇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현재 우리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역량은 브랜드의 신뢰성으로 귀결된다. 브랜드 가치가 현재 역량을 담고 있을 때 내부 임직원들이 이를 믿고 실천할 수 있고 외부 소비자들이 이를 믿고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다.
나이키의 브랜드 지향점은 나이키와 함께 하는 모든 운동선수, 나아가 일반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성취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엘리우드 킵초게와 나이키의 러닝화인 ‘알파플라이’다.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는 나이키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된 ‘알파플라이’를 신고 인류 최초로 2시간 내에 마라톤 코스를 완주했다.

나이키는 인류의 한계를 넘어선 킵초게의 파트너로서 사용자의 더 나은 성취를 돕는다는 브랜드 지향점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러한 나이키의 역량을 믿고 많은 소비자가 나이키와 함께 더 나은 성취를 달성해 나가고 있다.

내부·미래 관점
브랜드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브랜드의 지향점

내부·미래 관점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은 브랜드의 미래 지향점이다. 우리 브랜드의 이해관계자들이 미래에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지 혹은 우리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 가치가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는 미래 지향점을 담고 있을 때 이는 브랜드에 방향성을 제시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하나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한다. 테슬라의 비전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다.
전기차, 태양광 패널,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테슬라의 모든 제품 및 서비스는 테슬라의 비전인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존재한다. 이렇게 명확한 미래 방향성하에 구성원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간 결과 테슬라는 창립 20년 남짓 만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자동차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케아 ‘라이프 앳 홈’ 리포트 표지. 사진=이케아
이케아 ‘라이프 앳 홈’ 리포트 표지. 사진=이케아
외부·현재 관점
브랜드에 적절성을 부여하는 소비자의 니즈


외부·현재 관점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은 외부 이해관계자, 특히 소비자들의 니즈다. 브랜드가 속한 산업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요소를 기준으로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산업에서 소비자들이 이상적이라고 평가하는 브랜드들은 어떠한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들의 니즈가 일치할 때 브랜드는 적절성을 확보한다. 브랜드의 적절성은 제품 및 서비스의 소비뿐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높은 만족도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의 니즈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더욱 파편화돼 가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브랜드 가치에 반영하는 것은 필수적이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

스웨덴에서 창립돼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가 된 이케아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약 40개국, 25만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에서의 생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집에서의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이케아가 소비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매년 전 세계의 소비자를 통해 파악한 니즈들은 이케아의 제품 및 서비스, 브랜드에 반영되고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 및 높은 만족도로 이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이케아는 조사를 통해 파악한 인사이트를 ‘라이프 앳 홈’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매년 발간함으로써 전 세계의 홈 라이프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외부·미래 관점
브랜드의 리더십을 창출하는 히든 니즈


외부·미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할 부분들은 다른 관점들에 비해 복합적이고 비정형적이다. 그것은 인구통계학적 변화일수도, 기술적 변화 혹은 경제·사회적 변화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현재·외부의 관점에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직접적으로 파악했다면 외부·미래 관점에서는 이러한 거시적 변화들 속에서 소비자들이 아직 인지하지 못한 히든 니즈를 발견하거나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히든 니즈를 발굴하거나 창출할 때 브랜드는 기존 리더들이 만들어낸 경쟁지형에서 경쟁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쟁지형을 만들어낸 선도적인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

오랜 시간 고착화된 산업에 새로운 경쟁지형을 만들어낸 브랜드로는 에어비앤비를 꼽을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성공 역시 거시적 변화 속에서 소비자들의 히든 니즈를 발굴함으로써 가능했다.

첫 번째는 경제·사회적 변화다. 에어비앤비가 시작되던 2007년은 세계금융위기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많은 이가 경제성을 중요시하게 됐고 이는 저렴한 숙소를 찾고자 하는 숙박객,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싶었던 호스트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두 번째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다. 숙박업계의 주소비층이 베이비부머, X세대에서 독특한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로 변화하고 있었다.
마지막은 기술적 변화다. 모바일 앱과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여행객들이 전 세계 곳곳의 호스트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술적 바탕이 마련되고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거시적 변화 속에서 숙박객들은 낮은 가격에 독창적인 숙소에서 현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호스트는 유휴공간에서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이러한 거래가 모두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유 숙박 플랫폼’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숙박업계를 지배해 온 호텔 체인 브랜드들을 넘어 숙박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내부·외부, 현재·미래 관점에서의 진단을 통해 발견하는
브랜드의 스위트스폿


브랜드 진단은 내부 임직원들이 브랜드 가치를 믿고 실천하고 외부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를 믿고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신뢰성, 내부 이해관계자들을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향성, 소비자들의 제품 및 서비스 구매와 높은 만족도로 이어지는 적절성, 그리고 브랜드가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게 만드는 선도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가치들 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라켓에서 공을 가장 멀리 보낼 수 있는 라켓 정중앙의 위치를 스위트스폿이라고 한다. 브랜드 역시 내부·외부, 현재·미래 관점에서 우리 브랜드를 균형 있게 진단할 때 브랜드는 비로소 신뢰성, 적절성, 방향성, 그리고 선도성을 갖추며 멀리 나아갈 수 있다.
황교정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수석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황교정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수석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황교정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