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스토브 사업·감축효과 과대 산정 논란
활용 실적 신뢰성 쟁점 부상

[한경ESG] 이슈
국내 기업이 케냐 카쿠마 지역 난민캠프에 징뤈한 친환경 쿡스토브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국내 기업이 케냐 카쿠마 지역 난민캠프에 징뤈한 친환경 쿡스토브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국내 기업들이 투자한 해외 쿡스토브 온실가스 감축 사업의 실제 효과가 인증된 수치보다 크게 과대 산정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해당 감축실적은 국내 배출권거래제 이행에도 활용된 바 있어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플랜1.5는 21일 미국 UC버클리 연구팀 및 유럽 탄소시장 감시기관인 카본마켓워치와 공동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이 참여한 쿡스토브 사업의 감축실적이 실제 효과보다 평균 18.3배 부풀려졌다고 21일 밝혔다.

쿡스토브 사업은 개발도상국 가정에 고효율 조리기기를 보급해 바이오매스 연료 사용과 연료 소비를 줄이는 방식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케냐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했으며 SK그룹 계열사와 한국전력공사, 삼표시멘트, 한국남동발전 등도 미얀마, 가나 등에서 유사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플랜1.5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등록한 쿡스토브 감축 프로그램 21건(PoA)과 개별 프로젝트 310건(CPA)의 감축량은 총 974만톤이다. 하지만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 실제 감축량은 약 53만톤 수준에 그쳤으며 약 920만톤은 감축효과가 낮거나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별로는 삼성전자의 케냐 사업이 약 9.6배, SK그룹과 한국전력이 참여한 미얀마 사업이 약 14.4배, 동서발전의 가나 사업이 16.1배 감축량이 과대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랜1.5는 과대 산정의 주요 원인으로 ▲바이오매스 사용 비율 추정치 과대 ▲기존 기기 병행 사용 ▲고효율 기기 사용률 과다 추정 ▲조리량·시간 과대 계상 등을 지목했다. 해당 분석은 앞서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가 2024년 1월호에 게재한 논문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수행됐다.

쿡스토브 감축실적은 국내 배출권거래제 이행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환경부 상쇄등록부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해외 감축 사업 중 쿡스토브 사업이 95% 이상을 차지하며 감축량 기준으로도 전체의 약 80%에 이른다. 감축량 대비 단가가 낮아 기업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용 효율이 높다는 점이 투자 확산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외에서 총 375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으며 이 중 일부를 쿡스토브 사업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또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는 해외 배출권 활용 한도(상쇄 배출권)를 현행 5%에서 1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플랜1.5는 “감축효과 산정의 신뢰성을 보완하기 위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며 “2030 NDC 이행을 위한 해외 감축실적 활용 시 신뢰도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카본마켓워치 측도 “EU는 유사한 문제로 인해 2021년 이후 해외 감축실적의 활용을 중단했다”며 “정책 수립 시 국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 쿡스토브 감축 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한경ESG에 “최근 위성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된 새로운 계산 방식을 적용하면 2~3배 정도 감축 실적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과다 산정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비재생 바이오매스 비율 산정에 대한 보수적인 기준이 마련되고 있으며, 수십 배 차이가 나는 사례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 추진 당시 UN에서 규정한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에 따라 데이터를 확보하고 산정된 실적으로, 해외의 제3자 기관의 검증을 받고 있다"며 "향후에도 UN이 정한 감축 방법론에 따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