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고구마와 맥도날드의 조합이 제대로 먹혔다. 전북 익산시와 한국맥도날드가 협업한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가 출시 9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익산 고구마 버거는 SNS의 먹방 인플루언서와 일반 소비자 리뷰가 이어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관련 리뷰 게시글이 엑스(구 트위터)에서 2만7000회 재게시되었고 유튜브 리뷰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검색어 분석 서비스 블랙키위에 따르면 ‘맥도날드 익산 고구마’의 7월 네이버 예상 월 검색량은 약 7만9000건이다.
익산 고구마에 진심인 맥도날드의 태도가 SNS에서 화제가 되며 입소문을 탔다는 분석이다. SNS에서는 “맥도날드처럼 큰 브랜드가 지역이랑 꾸준히 컬래버해서 신메뉴를 낸다는 게 호감”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맥도날드가 5년간 진행해온 프로젝트의 행적 역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 다섯 번째 익산 고구마 버거
7월 22일 익산시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 ‘한국의 맛’ 프로젝트 신메뉴인 익산 고구마 버거가 프로젝트 사상 최단기간 100만 개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한국맥도날드가 고품질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해 고객에게는 신선하고 맛있는 메뉴를, 지역 농가에는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매년 기획하고 있다. 2021년 창녕 마늘 버거를 시작으로 2022년 보성녹돈 버거, 2023년 진도 대파크림 크로켓버거, 2024년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 등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한 햄버거 신메뉴를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2024년 4월 기준 누적 판매량 2400만 개를 넘었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국내산 식재료 총 800톤을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 창녕 마늘 버거는 한 달간의 한정 판매 동안 42톤의 창녕 마늘을 사용했고 보성녹돈 버거는 140톤의 녹돈을 지역 농가로부터 수급받았다.
익산 고구마 버거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 버거 중 5번째 제품이다. 이 버거에는 익산 고구마를 으깨 모짜렐라 치즈를 더한 크로켓이 들어 있다. 이번 익산 고구마 버거를 위해 맥도날드는 익산 고구마 약 200톤을 수매했다.
왜 ‘진정성 있다’고 불리나맥도날드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이른바 ‘로코노미(Loconomy)’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로코노미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 특색을 반영한 제품·서비스·콘텐츠를 소비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신제품 출시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맥도날드가 대표 격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보다 로코노미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가운데 맥도날드는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호감을 샀다.
실제 2023년 대비 로코노미 식품에 대한 관심도와 구매 의향은 소폭 감소했다. 지난 5월 21일 종합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로코노미 식품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로코노미’ 식품 관심도는 2023년 64.8%→2025년 60.9%로 줄었다. 소비자들의 향후 ‘로코노미’ 식품 구매 의향 역시 2023년 87.6%→83.5%로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로코노미 식품 다양성 체감도도 낮아졌다. “로코노미 식품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응답은 2023년 78.3%에서 올해 70.9%까지 낮아졌고 “여러 유통업계에서 ‘로코노미’ 식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응답도 2023년 70.1%→ 67.5%로 하락했다.
유행 따라 일시적으로 로코노미에 탑승한 기업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로코노미 식품이 단발성 체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59.2%의 응답률을 보였다. 로코노미는 SNS나 방송의 유행에 따라 반짝 인기를 얻는 수준이라는 응답도 50.1%로 로코노미 식품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늘 칭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첫 번째 창녕 마늘 버거 출시 당시 정작 창녕군에는 맥도날드 매장이 없어 비판을 받았다. 농민들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이름까지 창녕 마늘 버거라고 지었지만 지역 주민들이 신메뉴를 맛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당시 “창녕 사람은 못 먹는 창녕 갈릭버거”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후 맥도날드는 피드백을 반영해 지역과 연계한 이벤트에 더욱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다음 해에 나온 보성녹돈 버거 출시 때 마찬가지로 맥도날드 지점이 없는 보성군에 ‘일일 보성점’을 오픈하고 선착순 500명에게 보성녹돈 버거를 제공했다.
나아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행사도 개최했다. ‘보성녹돈 버거 페스티벌’을 열어 송가인 등의 가수를 초청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열었다. 또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다른 지역보다 ‘키즈 카페’ 같은 인프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일일 스포츠 클럽과 펜싱 교실을 운영해 감동을 느끼는 지역민이 많았다.
진도대파 크림크로켓 버거 출시 때는 지역 이해에 대한 진정성이 성과로 나타났다. 당시 맥도날드 직원들은 직접 배를 타고 진도의 작은 섬 조도 초중고 학생들에게 출시된 햄버거 150개를 전달했다. 진도대파 버거 캠페인은 전 세계적 마케팅 시상식 ‘아시아태평양 에피 어워드(APAC Effie Awards 2024)’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 브랜드 및 서비스’ 분야의 ‘브론즈 에피’를 수상했다.
이번 익산 고구마 버거에는 이러한 이벤트가 오히려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익산에 단 하나뿐인 매장에 “자랑스럽다! 익산 고구마! 맥도날드 버거로 금의환향!”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선착순 300명에게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출시’ 기념 수건을 배포했다. 매장 내부까지 고구마 장식으로 꾸며놓은 모습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한국 입맛 잡고 농가도 살렸다맥도날드는 뛰어난 현지화 전략으로 유명하다. 여행 시 나라별로 맛봐야 할 메뉴가 있을 정도로 각 나라의 입맛에 맞는 메뉴가 존재한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도 여기서 시작됐다. ‘마늘의 민족’이라고도 불리는 한국인들의 입맛을 저격하기 위해 등장한 메뉴가 1대 버거 창녕마늘 버거다. 이후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 ‘의외로 한국에만 있는 조합’으로 유명한 고구마와 치즈 조합의 익산 고구마 버거 등을 선보였다.
현지화 전략은 자연스레 지역 상생으로 이어졌다. 맥도날드 초대 회장이자 창업자 레이 크록은 생전에도 “맥도날드가 다양한 나라에 진출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그 지역 공급 업체도 함께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현지화·상생전략은 한국맥도날드의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맥도날드는 매출이 2023년 1조1181억원에서 지난해 1조2502억원으로 11.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203억원의 영업손실에서 117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맥도날드의 로코노미 전략은 단발성 기획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조수아 인턴기자 joshu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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