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아무 문제없이 수입했는데 지금 와서 추징한다고요?" 관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에서 자주 들리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절규다. 벽돌 수입업체 A사 대표의 사연을 들어보자. 5년간 중국에서 25mm 고벽돌을 수입하면서 관세사에게 통관대행을 맡겼고 단 한 번도 지적사항이 없었다.

A사는 해당 제품을 도자제 건축용 벽돌(HSK 6904-10-0000, 2)한·중 FTA 관세율 0%)로 신고했다. 그렇지만 관세 당국은 성분분석 결과를 근거로 그 밖의 광물성 재료 제품(HSK 6815-99-0000, 한·중 FTA 관세율 6.9%~5.3%)으로 품목분류 변경하여 수억원의 관세 등을 추징한 것이다. 이로 인해 A사는 순식간에 경영위기에 처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통관되면 끝”이라는 치명적 착각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수입 물품이 세관의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진짜 위험은 통관 이후 5년간 언제든 시작될 수 있는 관세조사에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 ‘선통관 후조사’ 시스템

현대 관세행정은 신속성(Facilitation)과 안전(Security)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트윈 골(Twin Goal)’ 체계로 운영된다. 이를 위해 세관은 1)통관 단계에서는 필수적인 통관요건만 확인하고 신고수리 후 물품 반출을 허용한 뒤 2)사후 단계에서 5년 내에 세액과 통관의 적법성에 대해 관세조사를 실시한다. 이는 이미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채택한 글로벌 스탠더드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세관은 품목분류 및 관세평가 등 성실신고를 위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제공하고 수입업체와 신고대리인인 관세사는 성실신고를 위한 합리적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자발적 법규준수(Informed Compliance)’와 ‘합리적 주의의무(Reasonable Care)’라고 부른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시스템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고가 수리됐다고 해서 신고 내용이 완전히 검증되고 승인된 것은 아니다. 세관의 진짜 조사는 신고수리 이후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신고오류가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은 첫째, 만성적인 정보 부족 문제다. 대부분의 수입업체는 관행적으로 관세사에게 송품장(Invoice), 선하증권(B/L), 포장명세서(Packing List) 3종 세트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기본 정보만으로는 정확한 품목분류나 관세율 적용이 근본적으로 어렵다.

정확한 수입신고를 위해서는 관련 법규에서 정하고 있는 물품의 특성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품명, 거래품명, 상표명, 모델·규격, 성분, 가공상태, 용도, 학명 등의 정보가 있어야 한다. A사 사례처럼 겉보기에는 같은 벽돌이지만 성분 분석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0%에서 6.9%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잘못된 책임 전가 구조다. ‘관세사에게 맡겼으니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법률적으로 수입신고에 대한 최종 책임은 납세의무자인 수입업체에 있다. 관세사는 신고를 대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관세사도 신고 내용이 정확한지 통관 이전에 충분히 확인하기에는 늘 시간에 쫓기는 것이 현실이다.

셋째, 안일한 위험 인식이다. “지금까지 별일 없었는데…” “우리 회사는 작아서 세관조사는 안 나올 거야”라며 법규준수를 무시하는 안일한 태도가 문제다. 하지만 세관 당국이 보유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최신 분석기법이 발전하면서 관세조사의 사각지대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고 봐야 한다.
법규준수 소홀의 치명적 대가

관세무역 법규를 소홀히 하면 기업은 치명적 위험에 노출된다. 몇 년간 누렸던 비용절감 효과가 단 한 번의 제재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관세조사에서 신고 오류가 발견되면 추징세액뿐만 아니라 무거운 가산세까지 부과된다. 일반적으로 무신고·과소신고 가산세는 추징세액의 10%, 중가산세는 40%까지 부과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세조사 과정에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거래처와의 신뢰관계가 손상되며,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한 번의 대규모 추징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사후대응에서 사전대응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기본 서류와 데이터 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원활한 물품통관을 위해 준비해야 할 기본서류로는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선화증권/항공운송장, 원산지증명서, 통관요건 확인서, 수입신고서 등이 있다. 이러한 필수 서류가 정확해야 통관이 지체되지 않고 세관 당국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한 물류 전문가의 말처럼 “운송에서 가장 비싼 대가는 운임이 아니라 잘못된 서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관세청이 제공하는 자발적 법규준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세관 당국은 ‘수입신고 정확도 제고를 위한 HSK별 품명·규격 수입신고서 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또한 관세청은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을 통해 ‘기업별 납세신고 도움정보’를 분기별로 공개하고 성실신고 가이드북도 함께 제공한다.

이런 정보를 활용해 세액 오류사항을 신고납부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스스로 보정신고할 경우 가산세 면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유용한 납세신고 도움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은 아직 많지 않은 실정이다.

셋째, 관세무역 법규준수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관세사와 협력하되 최종 책임은 수출입업체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회사 내 자발적 법규준수 계획을 수립해 정기 교육과 내부감사를 실시하는 것이 안전하다.

대기업과 달리 전담 조직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관세청이 공개한 각종 정보를 활용해 자사 상황에 맞는 자발적 법규준수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법규준수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통관이 끝이 아니다...진짜 위험은 그 이후 [이석문의 관세 인사이드 ]
3중 방어선으로 리스크 최소화

자발적 법규준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3중 방어선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1차 방어선은 일선 업무부서의 일상적 위험관리로, 수입 담당자가 기본적인 관세법 지식을 습득하고 건마다 품목분류와 관세율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2차 방어선은 내부 감사 기능으로, 정기적으로 수입신고 내역을 점검하고 오류 가능성을 사전에 발견하는 시스템이다. 3차 방어선은 외부 전문가 활용으로, 복잡하고 고위험 사안에 대해서는 관세 전문가의 별도 검토를 받는 것이다.

자발적 법규준수는 중소기업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보험과 같다. 작은 비용으로 큰 손실을 예방하는 보험처럼 지금 인력과 시간을 조금 투자해 법규준수 체계를 갖추면 향후 막대한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보험료를 아끼다가 사고가 나면 더 큰 손실을 보듯이 법규준수 비용을 절약하다가 관세조사에 걸리면 몇 배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선통관 후관세 조사로 대표되는 현대 관세행정 체계하에서 자발적 법규준수와 내부통제는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과제가 되었다. 자발적 법규준수 절차를 잘 확립한 수출입기업은 적법한 화물이 신속하게 흐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행정상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후 제재의 혹독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약방문은 그만해야 한다. 통관이 끝이 아니다. 통관은 진짜 관리의 시작이다. 자발적 법규준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 준비된 기업만이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석문 관세무역전략연구원 원장(전 서울세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