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50>]
알프스산맥 정기가 가득 담긴 알토아디제 와인 ‘2025 마스터클래스’가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사진은 강의 모습.
알프스산맥 정기가 가득 담긴 알토아디제 와인 ‘2025 마스터클래스’가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사진은 강의 모습.
“포도 재배는 유행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포도는 천천히 자라기 때문이죠. 토양에 맞는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 요소입니다.”

지난 6월 ‘2025 마스터클래스’ 행사차 한국을 방문한 알토아디제 와인협회 마르틴 포라도리 호프슈테터(Martin Foradori Hofstätter) 부회장이 강의 시작 전 강조한 말이다.

그는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와 높은 고도에서 자란 알토아디제 와인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이어 지역 상징인 군청색 앞치마에 담긴 정성과 노력, 친절의 의미도 함께 소개했다.

강의와 시음행사 진행을 맡은 WSA와인아카데미 박수진 원장은 “알토아디제는 알프스산맥과 인접한 이탈리아 최북단 와인 산지”라며 “테루아 등 포도 재배에 유리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와이너리 해발고도는 200~1000m. 7개 지역에서 20여 종의 포도를 재배한다. 포도밭 총 면적은 5850ha. 이탈리아 전체 산지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곳 와인의 98%가 이탈리아 와인 등급 상위 두 번째인 ‘DOC’를 받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이번 시음 행사에서는 모두 11종의 와인을 선보였다. 그중 토착 품종인 스키아바(Schiava), 라그레인(Lagrein)과 원산지 논쟁이 있는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와인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화이트 와인 ‘게뷔르츠트라미너 이우스투스(2024)’는 첫 모금에서 달콤한 열대과일 향이 잡혔다. 잘 알려진 장미와 리치보다는 망고향 짙은 샤인머스켓 포도가 떠올랐다.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일반적으로 ‘향은 강렬하지만 산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우스투스에서는 강한 산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입안 가득 침이 고여 핑거 푸드를 한입 베어 물 정도.

‘게뷔르츠트라미너 클라인슈타인(2024)’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장미와 카네이션 꽃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신맛도 부드럽게 다가왔다. 같은 품종인데도 이처럼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포도밭 볼차노 레논(Renon) 지역의 해발고도는 650m. 짧은 시간 저온 침용 후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발효시켰다. 알코올 도수는 14.5%로 화이트 치고는 높은 편이다. 갑각류나 아시아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세 번째로 마신 ‘게뷔르츠트라미너 콜벤호프(2022)’는 셋 중 가장 부드럽게 다가왔다. 그러나 알코올 도수는 15%로 높다. 풍부하고 이국적인 과일 향과 풀보디 구조감이 돋보였다.

시간이 가면서 향과 맛은 점점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와인이 너무 맛있고 특이해 차마 스피툰(spittoon, 시음회 때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넣어 맛과 향을 평가한 후 뱉는 통)을 사용하지 못하고 꿀꺽 마셨다.

호프슈테터 부회장은 “우리 조합에서는 게뷔르츠트라미너의 산도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해냈다”며 “그 덕분에 알토아디제 게뷔르츠트라미너는 고품질 유지는 물론 다양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나온 레드 두 종류는 지역 토착 품종인 스키아바 와인. 독특한 흙 향이 특징으로 다른 맛과 섞이면서 밸런스를 잡아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와인이다.

끝으로 토착 품종 라그레인으로 양조한 와인 두 종류 역시 독특한 풍미를 표현했다. 집중하면 다크 초콜릿, 바닐라, 가죽 향 등 보르도 분위기도 잡힌다. 특히 타닌감은 입안 통증을 느낄 정도로 강하다. ‘알프스의 신비로움’이 가득 담긴 알토아디제 와인이 새롭게 다가왔다.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