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타결에도 성장동력 악화, 잠재성장률 낮아져
인재·혁신·시장 성장에 박차 가해야 경제 대전환 가능해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 경제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에선 장기화한 내수경기 침체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 민생회복 소비 진작을 위한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으로 소비쿠폰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소비회복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가 주목받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관세를 통해 통상압박을 하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 우선주의 통상압박은 모든 국가가 향후 미국 우선주의 무역질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상호관세 발효 하루를 앞둔 7월 31일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등 경제통상 수장들이 총출동한 이번 관세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담판을 하고 합의에 이르게 됐다. 주요 내용은 일본이나 EU와 마찬가지로 상호관세율을 15%로 했고, 대미 투자액을 3500억 달러 규모로 했는데,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 협력 전용 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LNG 수입을 약속했으며, 민감 사안이었던 소고기와 쌀에 대한 추가 개방은 없는 것으로 했다.

물론 한국의 대미 투자규모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이 정도 선물이 아니고는 합의에 이르기가 어려웠을 것임을 고려했을 때 많은 우려 속에서도 상당히 다행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관세 압박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은 상당히 해소되어 향후 경제전망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국정 스타일로 볼 때 변수는 남아 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은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속 하향 조정되며 1% 가까이 하락한 전망치들이 나왔었다. 이번에 IMF는 0.8% 전망치를 내놓았다. 한국 경제 전반에 황색 경고등, 더 나아가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는 당장 정체이나 빠른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줄게 될 전망이다. 이에 잠재성장률은 지속 하락하며 올해 2% 아래로 떨어졌으며 매년 0%를 향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출범한 지 2개월이 된 새 정부도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한국 경제의 대전환을 위한 정책 비전을 내놓고 있다.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반전시켜서 3%를 다시 회복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기업의 밸류업과 주주환원 등을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기재부가 매년 반기마다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은 ‘경제성장전략’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진짜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민생경제 회복과 혁신성장 및 공정성장이 ‘진짜 성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변화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새 정부가 대전환을 통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서 HIM(Human, Innovation, Market)을 키우는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사람 중심의 경제정책과 기업문화 개선이 있어야 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모두 인재를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기업문화도 사람 존중의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고용 친화적이고 사람 존중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혁신성장을 위한 기술개발 환경 구축이 요구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초격차 기술을 얼마나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기에 정부는 R&D 지원 확대와 규제개혁을 통해 생산성 증대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혁신성장에는 공정성장이 반드시 함께 뒤따라야 한다. 중소기업, 벤처 스타트업들에도 혁신 기술개발에 대한 동기부여와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개척과 확대가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압박에서도 보듯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미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통상압박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번 관세 협상을 계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미국 의존도를 줄여가려는 노력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한국 경제가 대전환을 이루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어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