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25.4.4 /이솔 기자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25.4.4 /이솔 기자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적립금이 올해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4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임금채권보장기금 적립금은 올해 말 기준 3,421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1억 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초 계획됐던 1538억 원의 증가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은 기업 도산 등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대지급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대지급금의 지출이 급증하면서 기금의 재정수지 적자가 누적돼, 적립금은 2019년 9588억 원에서 2023년 3473억 원으로 63.8%나 급감했다.

특히 대지급금 지급 규모는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6802억 원 체불청산지원 융자액은 769억 원까지 증가했다. 이로 인해 올해도 적립금이 다시 줄어드는 것이다.

회수율 악화도 문제다. 예산정책처는 대지급금 누적 회수율이 2020년 32.8%에서 2024년 30.0%로 지속 하락한 점을 지적하며 변제금 미납 사업주에 대한 추심 강화를 통해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1∼6월 동안 총 5만9133명에게 3478억 원의 대지급금이 지급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43억 원에 비해 9.5% 감소한 수치다.

이 중 도산 대지급금은 315억 원으로 27.3% 증가한 반면 간이 대지급금은 3162억 원으로 12% 줄었다.

노동부는 “임금 체불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로 인해 자체 청산한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가 대지급금 지급계획을 반복적으로 과소 편성한 뒤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예산을 늘리는 관행이 재정 건전성 지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국회의 예산안 심의 기능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총지출 규모의 정확성을 제고하고 정밀한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관련 사업의 계획액을 적정 수준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