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변호사들의 변호사' 인터뷰]
“모니터 너머 고객의 마음을 읽다” 이지영 태평양 변호사, 집요한 실행력과 치밀함으로 승부[변호사들의 변호사]
“변호사의 해답은 언제나 모니터 너머 고객에 있다.”
M&A 전문가인 이지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치밀한 법리 분석, 집요한 실행력, 책임감 있는 태도로 7대 로펌 경쟁 변호사들에게 인정받았다. 그는 티맥스소프트 매각, 모림 매각, SK E&S 지분 매각 등 굵직한 M&A와 도시바메모리, 키파운드리 등 인수금융 관련 자문을 수행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많은 동료 변호사들이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변호사’로 꼽았다.
“기업금융 및 투자 전반에 대한 업무를 하면서 국내 및 여러 국가의 M&A 및 투자 관련 업무를 많이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규제와 분쟁 사건에도 직접 참여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렇게 다양한 업무들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덕분에 여러 각도에서 거래를 파악하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본인의 업무 철학은 무엇인가.
“고객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거래 변호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자문에 모자란 부분이나 놓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항상 고민해 왔고 경력이 쌓이면서 자문에 고집이나 선입견이 작용하지 않을까 항상 자신을 검수하고 있다. 부족하지 않되 넘치지 않는 고객의 칼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글로벌 펀드들을 상대로 M&A, 인수금융, 메자닌 투자 등 다양한 거래를 책임졌다.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웠던 만큼 많은 성장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수많은 밤샘을 함께했던 동료들과의 시간들이 스친다. 오랜 기간 여러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를 하며 축적된 경험을 극대화한 거래도 기억에 남는다. 최근 국내 펀드가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부도에 직면한 사건을 맡았다.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하던 상황에서 자금 투입으로 부도 상황을 해결하고 투자자들이 자산을 매입해 이후 가치 회복까지 이어지도록 자문해 승소했다. 코로나 이후 해외에서 펀드들이 많은 손해를 보았는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선도적인 거래를 수행했다는 보람도 있었다.”

-최종 승부를 가른 본인만의 ‘결정적 한 수’를 꼽는다면.
“빠른 소통과 대응이다. 해외에서 이루어진 한국 펀드의 투자 구조화(restructuring) 업무를 많이 수행하고 있다. 시간을 다투며 협상하는 현장에서 해외 당사자들의 요구가 있을 때 한국의 법령 상 가능한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조력을 통해 고객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에 최단거리로 도달하도록 지원해 왔다.”

커리어에서 가장 전환점이 된 사건은.
“인수금융과 펀드 구조화 업무 등 금융 관련 업무를 주로 진행하다가 2010년 초반부터 고객들이 M&A 및 투자 자체도 자문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금융과 M&A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겁 없이 뛰어들었다. 그런데 농구로 치면 포인트가드와 센터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업무였다. 처음 2~3년간 정말 힘들게 노력했던 것 같고 덕분에 금융과 M&A 업무를 함께 한다는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후배 변호사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책상에서 리서치를 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다 보면 모니터 안에 내 업무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는 항상 모니터 너머에 있는 고객을 생각하며 업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앞으로 법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는 어떤 모습일까.
“앞서 모니터 너머에 있는 고객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과 맥락을 함께한다. 법률시장에서 인공지능(AI)은 계속 사용자에게 어떻게 더 자연스러운 답변을 줄 것인지 고민하고 놀랍게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답변을 잘 도출하는 경쟁에서는 AI에 비교우위를 가질 수 없다. 고객의 요구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만이 AI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7대 로펌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특별 설문을 진행했다. ▲법정에서 상대로 만나기 싫거나 ▲자문 사건에서 상대 대리인으로 만나기 꺼려지는 변호사 혹은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경쟁 로펌 변호사를 직접 꼽아 달라고 물었다. 7대 로펌에 재직 중인 최정예 전문가 군단이 인정한 ‘변호사들의 변호사’다. 설문은 총 240명의 유효 응답(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지평 소속 변호사)을 받았다. 이름과 소속이 불명확하거나 응답자와 같은 로펌에 재직 중인 변호사를 꼽은 답변은 제외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