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러시아인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7.84L로 집계됐다. 이는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소비 감소세는 올해 들어 꾸준히 이어졌다. 1인당 소비량은 3월 8.41L, 4월 8.32L, 5월 8.22L, 6월 8.12L, 7월 8.01L, 8월 7.93L로 매달 감소했다. 올해 1∼9월 월평균 소비량은 8.18L로 나타났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북캅카스 지역의 체첸(9월 1인당 0.13L)과 잉구세티아(0.62L)는 이슬람 문화권으로 술 소비가 거의 없다. 반면 우랄산맥 인근 스베르들롭스크주는 1인당 10.49L로 가장 높았다. 추운 기후와 ‘독한 술로 추위를 이긴다’는 전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영향이다. 수도 모스크바의 평균 음주량은 4.91L로, 업무 중심적인 문화 영향으로 비교적 낮았다.
루딩그룹 와인포트폴리오 책임자 블라디미르 코센코는 “1990년대 통계에 저알코올 음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소비는 더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독 전문의 안드레이 이바노프도 “1990년대에는 불법 보드카를 거래하는 술 암시장이 존재했다”며 “이는 통계에 집계되지 않아 당시 수치는 실제보다 적게 잡혔을 것”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러시아의 주류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가 규제 기관 로잘코골토바콘트롤(RATK)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주류 판매량은 18억 4,000L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보드카 판매량만 6억 2,5000L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알코올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전문가들은 주류세 인상과 가격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러시아 국민경제공공행정 아카데미의 막심 체르니곱스키 부교수는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소비세 인상이 단행되며 수입 제품 관세도 함께 올라 합법적 알코올 생산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부터 알코올 도수 18% 이상 제품의 세율은 에틸알코올 1L당 643루블에서 740루블로 올랐다. 저도주 세율도 141루블에서 148루블로 인상됐다. 보드카의 소매 최저가는 299루블에서 349루블로, 브랜디·기타 증류주 기반 제품은 403루블에서 472루블로 올랐다.
경제적 요인 외에도 러시아 사회 전반의 문화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양사 마리아 니체곱스카야는 “건강한 생활습관, 금주,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음주를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Z세대를 중심으로 헬시 플레저 등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확산하며, 무알코올 맥주나 와인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젊은층·도시 거주자·고소득층의 음주 감소가 뚜렷하지만, 노년층과 사회 취약 계층의 음주 습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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