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 회장 인사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 공기가 한층 무거워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1호 인선’인 데다 신한·우리금융 등 핵심 금융지주 수장의 연임 여부가 걸린 만큼 시장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이전 정부에서처럼 노골적인 외풍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기마다 관치 논란이 반복됐기 때문에 금융권은 긴장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올해도 만만치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직원 횡령 사건과 금융상품 관련 사고 등 수습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발맞춰야 하는 부담까지 겹쳤다. 한편으론 금리 환경과 시장 여건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주가가 뛰는 등 긍정적 성과도 나왔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로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계심도 공존한다.
◆진옥동·임종룡 ‘유력 후보’
내년 3월 진옥동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신한금융은 예년보다 발 빠르게 준비해 지난 11월 18일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한 ‘숏리스트’를 발표했다. 내부에서는 진 회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이름을 올렸고 본인 의사로 신원을 비공개한 외부 후보 1명도 최종 경쟁에 참여한다.

12월 4일 이사회 전원이 참여하는 확대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각 후보의 성과, 역량, 자격요건, 부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평판조회 결과 리뷰와 개인별 발표, 면접 절차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한다.

우리금융 임 회장 역시 내년 3월자로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0월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사내외 인사 15명을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관리하고 있다. 12월 하순 최종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과 전 우리금융 경영진 일부가 거론된다. 권광석·조병규 전 우리은행장 등이다. 여기에 손병두·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등 외부 인사 3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내부 경쟁 구도만 놓고 보면 진옥동·임종룡 두 회장이 한발 앞서 있는 분위기다. 각 금융지주 내부에서 유력한 대항마가 뚜렷하게 부상하지 않은 가운데 두 회장이 자리 잡은 위상과 그동안의 성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옥동, 연임 청신호는
일단 실적이 좋다.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46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3% 늘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연간 기준 첫 5조원대 순익 달성을 앞두고 있다. 기업대출 중심의 자산 성장, 수수료 이익 확대, 비용 효율화 등이 고르게 뒷받침한 결과다. 베트남·일본·카자흐스탄 등에서 실적이 빠르게 확대되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해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자사주 소각 규모와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밸류업 방향성을 분명히 한 점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은 2027년까지 자사주 5000만 주 소각을 포함한 구체적인 밸류업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룹의 핵심 주주인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에서 진 회장의 신망이 두터운 점도 연임 논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 일본 오사카지점장, 일본법인 SBJ은행 법인장 등 18년간 일본에서 근무하면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진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국정 어젠다와 발맞추려는 행보를 이어왔다. 8·15 대통령 국민임명식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 등 굵직한 일정에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참석했고 지난 9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뉴욕 순방에도 동행했다. 신한금융이 향후 5년간 110조원의 생산적·포용적 금융 공급 계획을 내놓은 것도 정부 정책 방향과 맞물린 전략으로 읽힌다.

정권교체 이후 신한의 배달 플랫폼 ‘땡겨요’의 위상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낮은 수수료 구조로 인해 내부에서는 ‘만성 적자 사업’이라는 질타를 받던 플랫폼 사업이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과 배달수수료 인하 기조와 맞물리면서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한 것이다. 땡겨요는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손수 챙긴 사업이다. 2%대 낮은 수수료와 광고비 없는 구조를 앞세워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9월 기준 회원 648만 명, 가맹점 27만 곳을 넘어섰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진옥동을 발목 잡는 현안들
모든 평가가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본업과 거리가 있는 배달 플랫폼이 적자를 지속적으로 떠안는 점은 좋은 취지에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땡겨요가 지역화폐 결제 시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인 만큼 정부의 지역화폐 소비 촉진 정책이 확대될 경우 오히려 손실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 같은 구조를 두고 “땡겨요의 만성 적자는 사실상 신한금융이 정책 환경에 맞춰 부담하는 ‘대관 비용’과 다름없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단기 수익성과 거리가 있는 사업임에도 그룹 차원에서 유지하는 데에는 정책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사회공헌적 측면에서 바라볼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연임 평가 과정에서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은 진 회장에게는 미묘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올해 3분기까지 주요 금융지주가 모두 역대 성적표를 냈다. 다시 말하면 ‘역대급 실적’이란 타이틀은 특정 최고경영자(CEO)의 역량보다는 은행권 전반에 공통적으로 작용한 환경 요인의 영향이 컸단 얘기다. 금리인하에도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예대마진이 줄지 않은 구조가 모든 은행 실적을 띄워놓은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적 성장의 뒷면에는 따져봐야 할 지점이 있다. 올해 3분기까지 KB금융지주는 누적 순이익 5조1217억원으로 신한금융을 6608억원 이상 앞서며 3분기 만에 ‘5조 클럽’에 가입했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두 그룹의 누적 순이익 격차가 약 4000억원에서 6000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비이자이익 부진은 부담이다. 이로 인해 KB국민은행이 3분기 누적 순이익 3조3645억원으로 신한은행(3조3561억원)을 84억원 차이로 제쳤다. 4분기가 남아 반전 가능성은 있지만 신한은행이 견조한 이자이익을 유지했음에도 KB금융과의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그룹 전체의 리딩금융 위치를 강화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

반론도 있다. 금융지주가 은행을 통해 이익을 많이 내는 것 자체가 현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지점에서도 신한금융은 KB금융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만 보면 KB금융의 은행 비중은 65.7%인 반면 신한금융은 75.2%로 상대적으로 높다. 비은행 부문 강화와 사업구조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과제는 연임을 준비하는 진 회장에게도 중요한 평가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부통제 문제도 진 회장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한은행이 2023년 IMS모빌리티에 3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집사 게이트’ 연루 의혹이 제기됐다. 집사 게이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일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예성 씨가 관여한 기업(IMS모빌리티)에 기업들이 거액을 투자했다는 의혹이다. 김건희 특검은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당시 은행의 투자 책임자였던 정근수 전 신한은행 부행장(현 신한투자증권 CIB 총괄사장)이 지난 7월 특검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투자 금액이 소액이고 부행장 선에서 전결 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진 회장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대 손실 사고와 맞물려 이번 사안까지 논란이 불거지자 그룹 전반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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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M&A·조직 장악력에도 연임 변수
우리금융 임 회장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인수합병(M&A) 감각’이다. 취임 이후 그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결정을 연달아 내놓았다. 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단숨에 덩치를 키우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본비율을 해치지 않는 대신 확장성을 확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보험 부문에서도 관리가 쉽고 규모가 큰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리빌딩 여지가 큰 생명보험사를 선택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 투자 원칙을 고수해온 금융지주들과 비교하면 임 회장의 선택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처럼 예상 밖의 전략적 결정을 이어가면서도 인수 과정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라이선스는 직접 당국을 설득해 따냈다는 점에서 그의 기획력과 실행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임 회장은 지난해 전직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인수를 밀어붙였다. 해당 부당대출은 임 회장 취임 이후에도 일부 발생했다.

당시만 해도 “보험사 인수는 무리 아니냐”, “시기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임 회장이 인수 작업을 추진한 데에는 사업 다각화 성과가 곧 연임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되는 금융지주의 현실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실제 금융지주 간 실적 격차가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에서 갈리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가 임 회장에게 하나의 ‘명확한 성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적은 임 회장에게 변수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7964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동양생명은 인수 효과와 달리 실적 개선이 더디다. 올해 3분기에도 보험영업이익과 투자이익이 모두 줄고 예실차(예정이율–실제이율) 손실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그룹 전체 순이익 성장률(5.1%) 역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다.

어쨌거나 업계 안팎에서는 임 회장의 맞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같으면 “나도 나가겠다”는 옛 한일·상업 출신 인사들의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하다. 임 회장은 연임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 갈등을 직접 설득해 동우회를 26년 만에 통합하며 조직 내 소모적 대립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잠재적 경쟁자들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한편에선 임 회장 취임 이후 사외이사 대부분이 새로 합류하고 과점주주 추천 이사의 비중이 줄면서 이사회 내 ‘참호’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보통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과점주주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면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번 변화로 임 회장 측에는 보다 유리한 구조가 마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주회사 회장들의 참호 구축 가능성을 지적하며 지배구조 모범 관행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 이 원장은 12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혁에 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금융지주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조직임에도 이사회가 균형 있게 구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회장의)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구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사회적으로 금융지주 거버넌스를 감시·견제할 장치를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당장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번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는 과거와 달리 외부 인사 낙하산과 정치권 그림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금융당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교체될 당시 노골적인 낙하산은 없었지만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일부 회장에게 사실상 퇴진 압박을 가하는 등 간접적 영향력이 존재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