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은 LNG선 수주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며 미국 방산 프로젝트 수주 기대까지 더해졌다. 방산과 전력기기는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호조를 이어갔고 건설장비는 조정기를 지나 2026년 본격 회복을 앞두고 있다.
조선업은 이미 2025년부터 밸류에이션이 리레이팅되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빅3 조선사는 2023년 수주분에서 선가가 11% 상승한데 이어 2024년 평균 신조선가가 추가 20% 뛰어 수익성을 강화했다.
이 고선가 선박들은 2026년 실적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익 사이클은 여전히 상승 국면이며 LNG선 발주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MASGA가 맞물리는 2026~2033년은 조선 슈퍼사이클 2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위협의 성격도 달라졌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력 확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GDP 대비 5% 국방비 지출 요구는 단순 분쟁 대응이 아닌 장기 재무장을 의미한다. 여기에 핵전력의 부상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겹친다.
이코노미스트는 “뉴스타트(New START) 조약 만료 이후 미국·러시아가 사실상 새로운 군비경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주 기반 핵전력, 첨단 핵무기 기술은 도전이자 산업적 기회다. 이 흐름은 한국 방위산업의 업종 믹스를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6년 방산의 실질 승부처는 생산능력과 현지화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중동 프로젝트는 납품 중심에서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으로 전환 중이며 부품·탄약 공급망 통제력이 경쟁력을 갈라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폴란드 대규모 패키지 계약 이행과 루마니아 등 신규 시장 개척은 한국 기업이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는 분기점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방산과 조선업계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정재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디젤 잠수함 장보고-III 건조 경험을 기반으로 원자로 통합 설계, 고강도 방사선 차폐, 특수 용접 등 핵심 기술력을 확보해 한국이 글로벌 하이엔드 잠수함 시장에 본격 진입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협상 논의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단기 수주는 제한적일 수 있으나 K-방산의 장기 성장 기대는 더욱 뚜렷해진다.
건설장비는 공공 인프라와 에너지·자원 투자 확대가 실수요를 지탱하며 2026년 회복을 준비한다. 다만 조선과 방산에 비해 산업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2026년 산업 지형은 조선과 방산을 중심으로 한 슈퍼사이클 2막이 본격화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LNG선 고선가 수주와 MASGA 프로젝트, 글로벌 핵 군비 경쟁, K-방산 수출 확대가 맞물리며 한국 산업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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