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출산 회복세에 외국인 관광 특수까지
유통업종, 2026년 소비 모멘텀의 중심으로

[커버스토리: 2026 산업대전망]
산업이 살아난다…출생·외국인 겹경사에 웃는 기업들[2026 산업대전망: 유통]
유통 업황의 내년도 전망은 3040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직결돼 있다. 혼인과 출생이 늘어나는 사회적 변화가 소비심리 회복을 이끌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K콘텐츠의 흥행으로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면서 내수 소비와 관광 소비가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 내년도 전망은 ‘맑음’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출생아 수는 19만104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경기(5만7311명)와 서울(3만3213명) 등에서 높은 출생아 수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부산, 인천, 경남 등에서 1만 명 이상이 출생했다.

출생아 수와 유통 섹터의 주가 연관성(2015년 1월~2025년 8월)은 0.72 수준으로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의 증가는 유통 기업의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회복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출생아 수는 2024년 하반기부터 늘고 있다. 특히 올해 출생아 수는 1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전체 인구가 증가 추세로 돌아서긴 어렵지만 인구 감소폭이 줄어든다는 점은 유통산업과 섹터에 매우 긍정적이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우호적인 환경 덕분에 오랜 기간 소외돼온 유통 섹터가 2026년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관광객 유치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음식을 먹고 화장품과 의류를 구매하며 미용 서비스를 받는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연이어 흥행한 결과다. 관광 수입 증가 덕분에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 폭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수혜주로 신세계를 꼽았다. 신세계 주가는 2021년 상반기 30만원을 돌파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현재는 23만원대에 그친다. 올해까지 신세계는 백화점 강남점과 본점의 리뉴얼을 진행한 탓에 매출 부진과 감가상각비 부담이 발생했다. 그러나 2026년에는 그 영향이 사라진다. 백화점 사업부문은 다시 영업이익 증익 추세로 돌아선다. 면세사업도 인천공항 DF2(향수·화장품) 권역의 영업을 중단해 연간 약 900억~1000억원의 영업적자 개선이 예상된다.

그동안 위축돼온 명품 시장도 살아날 전망이다. 중국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바닥을 찍은 명품 산업이 회복세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세실 카바니아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본토 시장이 한 자릿수 중후반의 성장률로 돌아선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400달러대에서 거래된 LVMH 주가는 최근 600달러를 돌파하며 꾸준히 오르고 있다.

다만 글로벌 소매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10대 비즈니스 트렌드 중 하나로 ‘소매 변화’를 꼽았다. 소매 판매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면서 2%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매체는 “온라인쇼핑몰이 관세로 인해 타격을 입으면서 결과적으로 창고 공간에 대한 수요가 위축된다”고 내다봤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소매업체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관세와 무역 마찰을 겪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내년에도 지갑을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이 제한되면서 온라인쇼핑몰의 매출은 둔화될 것이며 일부 업체는 강화된 규제로 인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