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산업은 ESS(에너지저장장치)와 EV(전기차) 수요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ESS 배터리 수요는 2024년 230GWh에서 2026년 359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ESS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AI 데이터센터(AIDC)의 급격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각된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ESS에 주목하면서 북미 ESS 수주도 급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 북미 ESS 배터리 수요를 150GWh 이상으로 전망하며 3분기 한 분기 만에 수주 잔고가 70GWh 증가했다.
반면 EV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 EV 구매보조금 폐지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2026년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산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도 19%에서 16%로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 주요 셀 3사의 생산능력 증가분이 출하 증가분을 상회하면서 공급과잉과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심화할 수 있다. 여기에 2027년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감가상각 부담까지 고려하면 산업 전반의 수익성 압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배터리가 전략적·안보적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장·연산·가동하는 전력 인프라와 ESS 배터리까지 안보 자산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GPU 서버랙 전력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ESS 수요 상승, 미·중 패권 경쟁 속 공급망 리스크, 프렌드 쇼어링 전략 등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구조적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며 “한·미 군사 동맹을 기반으로 ESS 산업의 전략적 기회는 지속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정유업체 수익성 호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전망한 WTI 평균 51달러 수준의 유가 약세는 이익 개선폭을 제한할 수 있다. 글로벌 석유 공급 증가가 수요 증가를 상회하면서 유가는 완만히 하락하겠지만 설비 차질로 인한 정제마진 상승 요인은 일정 부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화학 부문은 2022년 이후 이어진 공급과잉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중국의 신규 증설과 자급률 상승으로 시장 공급과잉이 쉽게 해소되지 않으며 한국 COTC(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열위다.
향후 수익성은 수소 가격과 LNG 대비 PNG 가격 경쟁력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분석된다. 제품별로는 합성고무(SBR, BR)가 폐쇄 사이클과 2026년 유럽 산림벌채 규정(EUDR) 시행으로 가격과 수익성이 견조하게 유지될 전망이며 NB라텍스는 누적 공급 부담 해소와 수요 회복으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SSBR, EPDM 등 고부가 제품 설비 추가 가동 역시 실적 성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6년 정유·화학 업종은 정유 부문의 단기 마진 강세에도 불구하고 화학 부문의 구조적 공급과잉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투자 매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합성고무와 NB라텍스 등 공급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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