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다른 점은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잘나가다가 꺾인 김낙수와 계속 잘나가는 김연경의 리더십이다. 김낙수는 국내 대표적인 통신회사 부장이다. 25년 동안 영업현장에서 발로 뛰며 빼어난 실적을 거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무시무시한 돌파력이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게 했고, 대기업의 부장까지 오르게 했다. 거기까지였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꼰대 리더십’과 환경과 다른 사람만을 탓하는 책임회피적 태도로 인해 그는 조기퇴직에 내몰렸다. 대기업 부장자리를 내놓은데 이어 상가 사기분양까지 당해 서울 자가까지 빼앗겼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달랐다. 세계적인 스타선수 출신이 감독까지 잘했다. 비록 TV 예능프로그램이었지만 김낙수와 정반대였다. 선수들의 잠재력과 심리를 파악한 뒤 맞춤형 처방을 내렸고,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함께 찾아가는 수평적이고 진취적 리더십을 선보였다.
둘의 달라도 너무 다른 리더십은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참고할 만하다. 그렇다고 이들의 리더십이 해당 프로그램을 인기로 이끈 것은 결코 아니다. 주인공은 김 부장 이후의 김낙수와 김연경 아래의 ‘필승 원더독스(Wonder Dogs)’ 선수들이다. 이들의 눈물겨운 재기 노력이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필승 원더독스는 언더독스(under dogs)로 구성됐다. 프로팀에서 방출됐거나 은퇴한 선수, 프로팀을 꿈꾸는 실업팀 선수, 외국인 아마추어 선수 14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치며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신인감독 김연경의 리더십이 어우러지면서 사회의 루저들을 일으켜 세우는 감동적인 서사를 만들어냈다.
김 부장 이후의 김낙수도 마찬가지다. 재기를 꿈꾸다 옛 부하직원들 앞에서 한껏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상가 사기분양까지 당해 퇴직금도 날렸다. 막다른 골목에 있는 그를 안아준 건 가족이었다. 형이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세차일을 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사회적 명함과 자존심, 욕망을 버렸다. 대신 가족의 사랑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얻었다. 성공의 기준은 물질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임을 보여준 김낙수는 수많은 김 부장들의 응원을 받으며 최후의 위너로 우뚝 섰다.
마침 인사철이다. AI(인공지능) 혁명과 관세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기업들은 혁신을 화두로 새로운 인재 찾기에 나섰다. AI가 없던 시절에 훈련받은 김 부장들로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파격 발탁과 세대교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뒤로하고 짐을 싸는 김 부장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어쩌면 ‘나 아직 쓸모 있는 놈’이라는 김낙수의 울먹임을 곱씹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만 하자. 국내 100대 기업 임원은 직원 122.5명당 1명에 불과(한국CXO연구소)하다. 작년 119명당 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임원 되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러니 승진을 당근 삼아 인간성까지 말살시키는 기업에서 나와 온전한 자신을 찾게 된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자. 내 처지를 부탁할 학교 선후배나 국회의원, 고관대작 하나 알지 못하는 김 부장이라면 특히 그렇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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