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59>
최근 뉴질랜드 말보로 유명 와인메이커, 줄스 테일러(Jules Taylor)가 난생처음 서울을 찾았다. 강남 도운스페이스에서 세미나와 테이스팅 행사를 직접 진행했다.
최근 뉴질랜드 말보로 유명 와인메이커, 줄스 테일러(Jules Taylor)가 난생처음 서울을 찾았다. 강남 도운스페이스에서 세미나와 테이스팅 행사를 직접 진행했다.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 와이너리는 대부분 기계 수확을 합니다. 포도 열매에 상처가 생기고 주스가 흘러나오는데 그 덕분에 강렬한 풀 향이나 신선한 산미 등 말보로 소비뇽 블랑의 독특한 풍미가 나타나죠.”

지난 11월 말보로 지역의 대표적 와인메이커 줄스 테일러(Jules Taylor)가 난생처음 서울을 찾았다. 도운스페이스에서 진행한 세미나에서 그녀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이 왜 유명하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생생하게 설명했다.

사실 뉴질랜드의 와인 역사는 200년이 넘는다. 1819년 영국 선교사가 호주에서 가지고 온 포도나무를 처음으로 심었다. 이후 별다른 성장이 없다가 1970년대 초반 말보로에 소비뇽 블랑이 식재되면서 화이트 와인 강국의 서막이 열렸다.

“저는 1970년대 초반 말보로에서 태어났어요. 당시 1차로였고 신호등 한 대 구경할 수 없는 깡촌이었죠. 와인을 공부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양조 기반 시설이 거의 없었고 특히 여성 와인메이커에 대한 편견까지 심해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녀의 고백 같은 설명이 이어졌다.

‘소비뇽 블랑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동물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와인을 접하고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고민 끝에 크라이스트처치 링컨대에서 다시 양조학을 공부한 후 와인 인생이 시작됐다.

이후 남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2001년에는 자기 이름을 내걸고 ‘줄스 테일러 와인즈’를 설립했다. 우여곡절 끝에 2021년에는 고메 트래블러 와인(Gourmet Traveller Wine)에서 ‘뉴질랜드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뉴질랜드는 소비뇽 블랑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24년 말 현재 금액 기준 세계 와인 수출국 6위에 오른 뉴질랜드는 생산량 90%를 해외시장에 판매한다. 그중 소비뇽 블랑이 85% 이상으로 압도적 인기를 얻고 있다.

강렬하고 풍부한 열대 과실과 짙은 풀 향이 소비자들의 취향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누구라도 한번 마셔보면 단박에 기억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줄스는 세미나에 이어 와인 테이스팅 행사도 직접 진행했다. 첫 번째로 마신 와인은 ‘베터 하프 말보로 소비뇽 블랑(Better Half Marborough Sauvignon Blanc)’. 자신의 남편 의견을 많이 반영해 만든 와인으로 산도는 좀 낮지만 당도를 높여 피크닉용으로 적당하다고.

다음 와인은 ‘줄스 테일러 말보로 소비뇽 블랑(Jules Taylor Marborough Sauvignon Blanc)’. 첫 모금에서 부드러운 느낌을 쉽게 받았다.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저온 발효, 아로마를 대폭 끌어올렸다. 줄스 설명대로 레드 자몽과 흰 복숭아 향이 단박에 잡혔다.

이어 ‘줄스 테일러 말보로 샤도네이(Jules Taylor Marlborough Chardonnay)’. 첫 모금에서 미끄러지듯 입안으로 넘어가는 둥그런 산도가 편했다. 젖산발효(와인의 신맛을 줄이고 부드럽게 안정화시키는 2차 발효) 때문이다. 오크 배럴 숙성은 30% 정도. 오크 향 대신 스틸발효를 통해 신선하고 깔끔한 말보로 와인의 특징을 유지한다.

끝으로 나온 ‘줄스 테일러 말보로 피노 누아(Jules Taylor Marlborough Pinot Noir)’의 가장 큰 특징은 밝은 루비 컬러와 바닐라향. 두 번째 잔부터는 다크 초콜릿향도 진하게 올라왔다. 프랑스 부르고뉴 등 구대륙보다는 미국 소노마 등 신대륙 피노 누아와 유사한 느낌이었다.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국제와인전문가(WSET Level 3)
juju4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