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상 처음으로 무역흑자 1조 달러 돌파
미국 수출 급감에도 EU 및 중남미 등에서 선방
11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이는 10월 1.1% 감소에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로이터와 블룸버그가 집계한 예상치(3.8~4% 증가)를 웃돌았다.
수입은 1.9% 증가에 그쳤다. 1% 증가였던 전달보다는 늘었지만, 시장 예상(2.5~3% 증가)을 밑돌았다. 이달 무역흑자는 1116억8000만달러(약 164조원)를 기록하며 전달(900억7000만달러·약 132조원) 대비 24% 늘었다.
1~11월 누적 기준으로 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고 수입은 0.6% 감소했다. 누적 무역 흑자는 1조760억달러로(약 1582조원) 21.6% 높아졌다.
다만, 미국으로의 수출은 급감했다.
11월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28.6% 감소해, 8월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대신 유럽연합(EU), 아프리카, 중남미 등 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며 공백을 채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EU 수출은 15%가까이 늘며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프리카는 약 28% 급증했다.
무역 불균형 우려도 나와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11월 수출 반등은 내수 부진 완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중국은 올해 정부 목표인 ‘5% 안팎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정치국 회의와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2026년 정책 방향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무역 흑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정부에 무역 불균형의 시정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 규모가 너무 커서 수출만으로 커다란 성장을 이루기 어렵고, 수출 주도 성장에 계속 의존한다면 글로벌 무역 긴장을 더욱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이날 발언은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한다고 FT는 전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무역 흑자가 위안화 절상을 이끌어야 했음에도 올해 유로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1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올해 유로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7.5% 하락했다.
옌스 에스켈룬드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 회장은 "저평가된 위안화는 수출 보조금"이라며 "실질실효환율이 중국 경제와 중국의 무역 파트너들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 파트너들이 반덤핑 조사나 관세 등의 보복 조치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시장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정치적 목적의 환율 조작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상황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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