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대비하는 가장 완벽한 전략
이코노미스트 2026 세계대전망
이코노미스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만3000원
전 세계를 좌지우지한 ‘최고의 질서 파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등장한 2025년은 지정학, 외교, 무역 등 전 분야에서 오랫동안 유지해온 규범이 재편되는 한 해였다. 기존 질서와 규범을 깨는 예측 불가의 그의 정치외교 방식은 2026년에도 지속될 것이기에 시류에 맞는 혜안과 통찰을 담은 든든한 글로벌 전망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면 국내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작년 말 한국의 전임 대통령이 쿠데타 시도를 위해 비상계령을 선포했던 일을 미처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언급했을 정도로 예측 불허의 시간을 보냈다. 그사이 정권이 바뀌고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이제 이런 일들은 세상 곳곳, 언제 어디서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 예측 불가능성이 커질수록 미래에 대한 대비책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12·3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던 날과 같은 날인 12월 3일 출간된 신간 ‘2026 세계대전망’을 주목해보자.

세계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냉전체제에 진입했는지, 아니면 미국·러시아·중국 세 나라가 영향권을 나눠 가지는 ‘세력권 세계’로 갈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는 2026년이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 지정학적 패러다임보다 본능에 기댄 거래형 외교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며 따라서 기존의 규범에 기반한 글로벌 질서는 침식될 것이다. 2025년은 자유무역에 있어 그야말로 가장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트럼프가 밀어붙인 관세정책은 각국 간 새로운 무역협정 경쟁을 촉진했고 미국 수요를 대체할 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은 무역 외교의 흐름을 재편했다. 2026년 자유무역 시장의 전망은 세계 각국이 미국의 관세장벽과 중국의 산업 과잉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건국 250주년을 맞는 미국에 대해 11월 치르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하더라도 트럼프의 강압적 관세정책, 행정명령은 계속될 거라고 내다보았다. 현재까지 예상보다 관세 충격을 잘 견디고 있는 미국의 경제도 성장 둔화가 불가피해보이는 가운데 선진국의 재정 위기도 눈여겨봐야 할 문제로 언급했다. 2026년 선진국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1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선진국들이 지불 능력 이상으로 소비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채권시장 위기와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물가상승이 통제되고 있는 국가들조차도 자본이 더 희소해지고 그에 따라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5월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제롬 파월의 후임 인선이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이 가운데 중국은 디플레이션, 성장 둔화, 산업 과잉 등의 문제를 겪고 있긴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맞을 전망이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더 믿을 만한 파트너를 자처하며 여러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를 비교적 잘 대처해온 중국의 2026년 과제는 오만에 빠지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대립이 아닌 거래적 관계로 유지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을 AI의 경제적·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한 ‘AI 포비아’가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았다. 2026년 대학을 졸업하는 고학력 취업자들은 기업에 도입된 AI와 본격적으로 함께 경쟁해야 하는 세대가 될 수도 있다. AI가 직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경력 사다리 하단에서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발전 못지않게 놀라운 속도를 내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도 이코노미스트는 주목한다. 2026년에는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GLP-1 기반 체중 감량제가 알약 형태로 출시되면서 비만 시장의 세계화를 앞당길 것이며 이는 새로운 의학적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밖에도 내년에는 또 어떤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까. 미래는 누구나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코노미스트의 말처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글로벌 이슈와 키워드를 미리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2026년을 대비하는 효과적인 보충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혜영 한경매거진&북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