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 215억 돌려줘라” 확정
외식업 60% ‘비상’…“사건별 판단 달라질 것”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의 한 피자헛 매장.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서울의 한 피자헛 매장.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피자헛이 수년에 걸쳐 가맹점주들로부터 걷어 온 ‘차액가맹금’을 점주들에게 돌려줄 의무를 진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가맹계약 단계에서 점주들과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은 채 수령한 차액가맹금은 민법상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국내 유통업계에서 통상적인 관행처럼 여겨져 오던 차액가맹금을 부당이득으로 본 최초의 법원 판결이 나오자 162조원 규모(매출 기준)의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이미 수천 명의 점주가 본사를 상대로 소송전에 뛰어든 터라 유사 판결이 잇따를 경우 업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고정 수수료와 중복”…‘부당이득’이라며 소송전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월 15일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2016~2022년 수령한 차액가맹금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에서 본사(가맹본부) 측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본사가 점주들에게 약 215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차액가맹금이란 본사가 필수 품목으로 지정한 원·부자재를 점주에게 적정 도매가보다 비싼 값에 넘기면서 얻는 수익이다. 쉽게 말해 점주가 반드시 구입해야 할 물품의 대금에 유통 마진을 붙인 것이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상표권 사용료)로 떼 가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차액가맹금 모델이 일반적이었다.

한국피자헛 점주들은 본사가 매달 고정 수수료(총수입의 6%)와 광고비(5%) 등을 수취한 동시에 매출액의 약 3~4%를 차액가맹금으로 걷어 간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필수 품목의 정확한 원가를 알지 못했기에 차액가맹금이 포함된 금액 전체를 물품 대금으로 납부해왔지만 법률상으로나 계약상 아무런 근거가 없는 차액가맹금은 돌려받겠다는 취지였다.

본사는 차액가맹금도 가맹계약법에서 인정하는 가맹금의 일종이고, 관련 내용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할 의무는 없다고 맞섰다.

1심 법원은 “가맹사업법에서 여러 형태의 가맹금을 예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차액가맹금을 지급받을 근거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사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원·피고 사이에 차액가맹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본사가 차액가맹금을 수령한 것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것이고, 그로 인해 원고들이 손해를 입었으므로 차액가맹금에 상당하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민법은 법률적으로 타당한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에 의해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것이 인정되면 반환할 의무를 지운다.

2심 법원의 판단도 달라지지 않았다. 점주들이 항소심 단계에서 대폭 확장한 청구 취지가 받아들여지면서 배상액은 세 배 가까이 늘었다.

1심에선 정보공개서(가맹계약 및 가맹사업 전반의 내용을 담은 문서)에 차액가맹금 비율이 특정된 2019~2020년 납부액 약 75억원이 부당이득으로 인정됐는데 2심에선 2016~2018년, 2021~2022년 납부액까지 포함해 약 215억원까지 커졌다.

“사전 합의 없었다면 위법” 법리 명확화

항소심 재판부는 가맹금 수취 과정에서 ‘사전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맹금은 일반적으로 금전의 형태로 지급되나 그 대가로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급부는 가맹점운영권, 영업 활동에 대한 지원·교육, 부동산, 물품 등으로 다양하므로 급부 각각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2014년 개정된 가맹사업법의 취지가 “차액가맹금이 있는 경우 그에 관한 합의가 가맹계약서의 필수 기재 사항임을 명백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정 법률 11조 2항 12호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 본사가 지정한 자와 거래할 것을 강제한 경우 강제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용역·설비·상품·원재료 또는 부재료·임대차 등의 종류와 공급 가격 산정 방식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이 차액가맹금에 적용된다는 얘기다.

한국피자헛 사건에서 법원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에 차액가맹금에 관한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가맹계약 체결 또는 갱신 단계에서 한국피자헛이 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 관련 내용이 명시된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피자헛은 점주들과 ‘묵시적’ 형태의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원·부재료의 공급 단가를 점주들에게 사전 공지했고 물품 공급에 대한 세금계산서가 발행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2018년 대법원 판례는 가맹점사업자에 불리한 내용의 묵시적 합의가 성립된 사실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 △본사와 점주의 사회·경제적 지위 △가맹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점주에게 합의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 △본사가 법적 불확실성, 과징금 부과 등 불이익을 무릅쓰면서까지 합의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계약으로 인해 점주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거래 관행 등을 제시하고 있다.

법원은 이 기준을 적용해 한국피자헛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매달 물품 대금을 청구한 인보이스의 정산 내역에도 고정 수수료 등 가맹금이나 여러 명목의 수수료가 기재돼 있을 뿐 차액가맹금에 관한 내용은 없다”며 “점주들에게 자발적인 차액가맹금 지급 의사가 있었다거나 이를 합의, 추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대법원도 이런 논리에 수긍했다. 대법원은 특히 “가맹계약에서 가맹본부는 정보·교섭력 면에서 가맹사업자에 비해 상당한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고 이를 이용해 계약 체결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 불확실성을 미리 제거할 충분한 기회가 있다”면서 점주의 ‘묵시적 합의 의사’를 판단할 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돋보기]
162조 프랜차이즈 업계 “줄폐업 우려”

이번 사건에 적용된 법리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법적 분쟁 중 처음으로 나온 확정판결이라는 점에서 업계 파장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차액가맹금을 수취하는 가맹본부 비중은 61.5%(로열티와 병행 수취는 38.6%) 수준이다. 가맹본부 측은 오랜 관행이 하루아침에 불법 행위가 돼 버린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가맹점 10개 미만 브랜드가 72%, 100개 미만 브랜드가 96%에 달할 정도로 영세·중소 브랜드가 대다수인 업계 특성상 유사 소송이 확산할 경우 줄폐업 사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134만 명에 이르는 산업 종사자들도 고용 축소, 경영 애로 등 타격이 예상되며 해외 진출마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치킨(교촌·푸라닭·BBQ·굽네·처갓집·BHC·지코바), 커피(투썸플레이스·메가커피), 버거(맘스터치·버거킹·프랭크), 그 외(배스킨라빈스·두찜·포토이즘·원할머니보쌈족발·명륜진사갈비) 등 수십 개 브랜드와 가맹계약을 맺은 점주 수천 명이 유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외식업 가맹점들의 평균 차액가맹금 지급액은 약 2300만원(2023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의 4.2% 수준이다.

업종별로 보면 치킨(8.6%), 커피(6.8%) 등에서 비율이 특히 높다. 법조계에선 브랜드별 가맹계약 구조가 다른 만큼 한국피자헛에서의 법원 판단이 기계적으로 적용된다고 봐선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 산정 구조와 비용 항목을 충실히 소명할 수 있는 경우 부당이득 산정 방식과 반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장서우 한국경제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