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뛰러 홍콩·일본 간다… 중국도 러닝 열풍
중국에서도 달리기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런닝 인구가 급증하면서 마라톤 대회 참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하버드대에 입학하는 것보다 마라톤 참가에 성공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마라톤 붐에 제 2의 동력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내 러닝 열풍과 함께 마라톤 대회 참가 기회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부 중국 본토 러너들은 홍콩과 일본 등 인근 지역으로 원정 러닝에 나서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홍콩 스탠다드차타드 마라톤 대회에는 7만4000개 참가 자리에 12만 명이 몰리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가 수락률은 62%로 집계됐는데, 이는 중국 본토 마라톤 대회의 평균 수락률(2~11%)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중국 본토 출신 한 러너는 블룸버그에 “올해 10개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지만, 홍콩 마라톤만 참가 허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러너는 “국내 대회 참가를 당분간 포기하고 오는 3월 일본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2019년 한 해에만 1828개의 마라톤 대회가 열렸고, 약 700만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2021년 간쑤성 북부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도중 악천후로 21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대회 운영 규정이 대폭 강화되며 마라톤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마라톤 대회는 3년 전부터 점차 재개됐지만 미성년자 참가 문제와 규정 위반 페이서, 관중 통제 미흡 등 각종 사건이 이어지면서 당국의 안전 관리 압박은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안전과 인파 관리, 운영 개선을 이유로 마라톤 대회 수를 줄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로 100개 이상의 대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중국 육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800명 이상이 참가한 마라톤 및 장거리 달리기 행사는 749회로, 2019년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러닝 열풍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효과는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에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경우 러너 1인당 평균 지출액은 교통비·숙박비·식비 등을 포함해 약 3000위안(약 63만원)에 달한다. 개최 도시는 단 한 차례의 마라톤 대회만으로도 최대 3000만달러(약 440억원)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포츠 소비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운동화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293억위안(약 48조원)에서 2028년 2682억위안(약 56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러닝 열풍이 중국의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소득(GNI)은 2011년 5000달러에서 2024년 1만3300달러로 증가했는데, 이 같은 소득 수준 향상이 스포츠 참여 확대의 주요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또 장거리 달리기는 접근성이 높으며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스포츠 산업 규모를 7조 위안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전반적인 소비는 위축됐지만, 개인이 선호하는 스포츠와 그에 수반되는 경험에는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스포츠 경제에 대한 투자는 옳은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과도한 규제보다는 현재의 기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