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정 대표가 깜짝 제안했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중단키로 했다. 대신 당내 통합추진위를 구성해 선거 후에 통합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나 정 대표의 리더십에는 제동이 걸린 셈이다.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비당권파인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연일 합당에 반기를 들었고, 한준호·이건태 등 친명계 의원과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비판이 쏟아졌다.
집권 여당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정치적 문제인 합당으로 이슈몰이하며 중도층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게 합당 반대파들의 핵심 주장이다.
특히 정 대표의 합당 제안 카드가 힘을 받지 못한 데에는 특검 후보 추천 논란에 따른 당청 이상 기류로 보여진다.
민주당이 2차 종합특검 후보자로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재판에서 쌍방울 회장 변호를 맡았던 인사를 추천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질타성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명계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배신', '모독'이라는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수세에 몰린 정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몸을 낮췄다.
정 대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당 안팎의 공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대표는 동시에 혁신당 등과의 선거 연대 문제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선 전 혁신당과의 합당이 실익이 적다는 게 합당 반대 측의 논리였으나, 서울 등 일부 지역의 경우 혁신당 범여권 표가 분산될 경우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통합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선 후 통합추진 준비위를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통합 이슈를 혁신당과의 선거 공조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자신의 정치 어젠다로 통합 문제를 이끌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만약 민주당과 혁신당이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가 통합 전당대회로 치러지게 될 경우 이 역시 정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혁신당 지지층과 정 대표 지지기반이 다소 겹친다는 평가에 기반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합당 반대에 앞장섰던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야간 최고위 전에 페이스북에 "홍익표 (정무)수석이 전한 대통령의 입장은 통합 찬성"이라며 "현재 상황상 지선 이전 통합은 어렵지만, 지선 이후에 합당하고 전대는 통합 전당대회로 했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한다"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바로 이 글을 삭제했으며 최고위에 들어갈 때 기자들이 작성 경위 등을 묻자 "그런 것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합당은 당이 결정할 사안이며 청와대는 합당과 관련해 논의한 것이나 입장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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