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열린 세계경제정상회의(WES)와 주요 외신 인터뷰를 통해 2028년까지 총 260억 달러(약 3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공약을 재확인했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 40여 년간 미국에 투자한 총액인 205억 달러를 단 4년 만에 뛰어넘는 수치다.
이번 투자의 핵심 축은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2025년 가동을 시작한 HMGMA는 연간 30만 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정 회장은 이를 2028년까지 50만 대 체제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SK온과의 합작 법인인 HSBMA를 통해 2026년 내에 35GWh 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을 상업 가동함으로써,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조달-차량 생산-판매’로 이어지는 강력한 전기차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의 시선은 완성차 제조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필두로 한 로보틱스와 AI(인공지능) 분야에 배정됐다. 현대차는 인공지능이 물리적 실체와 결합한 ‘피지컬 AI’ 기술을 고도화하여,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실제 자동차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등 제조 혁신을 꾀하고 있다.
또한, 지난 CES 2026에서 엔비디아(NVIDIA) 젠슨 황 CEO와의 만남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자율주행 기술 협력을 위해 실리콘밸리 중심의 R&D 투자도 대폭 강화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자급체제 구축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자동차 강판의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이는 미국의 무역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탄소 중립 요구에 부합하는 친환경 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한 포석이다.
정 회장의 이번 투자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넘어, 현대차그룹을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을 전 세계 전략의 핵심 기지로 삼아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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