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손 비츠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인터뷰

비츠, 블랙핑크 제니와 파트너십 체결
K컬처 활용해 글로벌 영향력 확대 예고

크리스 손 "K패션 연결하면 브랜드 정체되지 않아
한국, 단순 판매 시장 아냐…우리 철학과 맞닿아 있어"

크리스 손 비츠 CMO. (사진=비츠)
크리스 손 비츠 CMO. (사진=비츠)
K콘텐츠가 글로벌 주류 문화로 올라섰다. BTS(방탄소년단),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징어 게임’ 등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인이 바르고 먹고 보는 모든 것들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애플 비츠는 여기에 주목했다. 블랙핑크 제니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K팝을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이를 총괄한 인물은 크리스 손 비츠 CMO(최고마케팅책임자)다.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비츠에 K컬처는 필수 조건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크리스 손은 인터뷰를 통해 문화적 리더십의 원천인 한국이 마케팅의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K팝, 이제 주류 문화…적극 활용해야”비츠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제니와 협업하고 두 번째 컬래버 제품을 공개했다. 지난해 제품이 ‘핑크’였다면 이번 신제품은 ‘블랙’이다. 정식 컬러명은 ‘오닉스 블랙(Onyx Black)’이며 리본 디테일을 넣은 게 디자인의 특징이다. 비츠 캠페인 영상을 통해 제니의 신곡(미공개 트랙)도 최초로 공개됐다. K팝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크리스 손 CMO는 이번 제니 컬래버 제품의 디자인과 전체적인 협업을 기획한 인물이다.

그는 제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제니와의 협업은 가치와 감각의 일치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제니가 가진 뚜렷한 스타일과 글로벌한 문화적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동시에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진정성이 있다는 점이 비츠의 마케팅 전략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크리스 손은 “제니와의 협업은 브랜드의 목소리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며 “단순한 노출을 넘어 다른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비츠를 해석하게 해 그들의 팬들에게 신선하고 신뢰감 있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니가 K패션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은 이번 협업의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됐다. 비츠는 ‘IT 기기’를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정의하고 있어서다. K패션과 K팝 등을 활용해 비츠를 더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크리스 손은 “K팝과 K패션은 음악이나 의류를 넘어 미적 감각과 정체성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K패션과 연결된다는 것은 브랜드가 정체되지 않도록 만든다. 브랜드 적합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비츠는 K팝과 K패션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려고 한다. 크리스 손은 한국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라 문화적 리더십의 원천”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인재, 창의성, 혁신 속도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이런 현상은 결국 ‘참여’라는 비츠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는 “한국에서 나오는 트렌드와 에너지를 면밀히 주시하며 이를 통해 더욱 역동적이고 문화적으로 민감한 글로벌 브랜드로 발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크리스 손은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이 되기 위해 국내 소비자 반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디자인과 성능 모두에 높은 감도를 가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한국 시장에서 통한다면 글로벌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쟁사들은 더 기술적이거나 미니멀한 이미지로 인식되는 반면 우리는 글로벌하며 문화적으로 강점이 있다”며 “브랜드의 차별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에서 경쟁사와의 인식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 손 비츠 CMO "한국, 문화 리더십 원천…K팝·K문화 활용해야 도태되지 않아"[인터뷰]
“비츠는 패션 아이템…Z세대 사로잡아야” 크리스 손이 CMO로 부임한 이후 비츠 마케팅의 핵심 전략은 ‘확장’이다. 지난 7년간 그는 비츠의 도달 범위를 새로운 세대로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브랜드 초창기에는 젊은 문화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연결되느냐가 성공의 핵심이었다”며 “지금은 동일한 방식을 다음 세대, 즉 Z세대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Z세대 유입을 신경 쓰는 만큼 디자인은 비츠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크리스 손은 “흥미로운 점은 Z세대가 제품과 그 주변 경험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패키징, 언박싱 경험, 캠페인, 리테일 환경 등 모든 요소가 브랜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비츠의 핵심 마케팅 전략은 타 브랜드와 다르다. IT 기기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하기 때문이다. 헤드폰이 단순히 휴대하는 것이 아니라 ‘착용하는’ 몇 안 되는 제품인 만큼 ‘착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혁신 기술과 성능은 헤드폰이면 기본적으로 제공돼야 할 사양이라는 점도 부연했다.

크리스 손은 “의도하든 아니든 헤드폰은 자연스럽게 스타일 일부가 된다”며 “그래서 우리는 디자인을 성능의 부차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똑같이 중요하게 여긴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패션 브랜드’가 되려는 것이 아니지만 기술과 자기 표현이 만나는 지점에 비츠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패션 아이템이 되기 위한 고민은 디자인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비츠는 제품 전원이 켜지기 전 단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루엣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소재는 의도가 느껴져야 하며, 컬러는 분명한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크리스 손의 핵심 철학이다. 그는 “동시에 절제도 중요하다”며 “돋보이려다 보면 과도하게 디자인하기 쉽다.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일상에 편안하게 녹아드는 디자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패션 아이템이 되려는 것은 소비자의 ‘충성도’와 연결된다.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다른 모든 것은 의미가 없지만 기능만으로는 ‘유대감(애착)’을 형성할 수 없다는 게 크리스 손의 접근이다. 외형, 착용감, 개인의 정체성과의 연결 같은 감성적인 요소가 있어야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제품이 된다. 그는 기능과 디자인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하나의 제품이 완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손은 한국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일 계획이다. 그는 “한국에서 비츠를 표현력과 문화적 최신성을 갖추면서도 품질과 성능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최첨단 기술에 제품이 상징하는 가치를 더해 소비자가 자부심을 가지고 착용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크리스 손의 목표다. 크리스 손은…크리스 손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 로체스터대를 졸업했으며 포워드(헬스케어 스타트업), 어니스트 컴퍼니(친환경 생활용품 기업), EA 스포츠(스포츠 게임 브랜드) 등에서 주요 임원으로 재직하며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마케팅 전문가다.

2019년 비츠 합류 이후 제품·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글로벌 시장 전략, 브랜드 보이스, 파트너십, 플랫폼 포지셔닝 등을 담당한다.

크리스 손은 제품 소재와 마감 선택부터 아티스트 협업 등을 잘 활용하는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풋볼선수 패트릭 마홈스,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전략으로 비츠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